위키리크스 "클린턴, 경선 토론회 전에 질문지 미리 입수" 또 폭로

중앙일보

입력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지난 3월 CNN방송 주최로 열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의 민주당 경선후보 토론회에서 CNN방송 측 인사로부터 질문 내용 중 일부를 미리 건네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CNN의 해설위원이었던 도나 브라질이 클린턴 캠프 관계자에게 일부 질문 내용을 담은 e메일을 보냈다는 것이다.
브라질은 CNN방송을 그만 둔 뒤 현재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임시의장을 맡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 매체인 '더힐'에 따르면 폭로 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는 브라질이 CNN방송 주최 민주당 경선후보 토론회 하루 전날인 지난 3월 5일 존 포데스타 클린턴 캠프 선거대책위원장과 홍보담당 국장인 제니퍼 팔미에리에게 e메일로 토론회 질문 내용을 미리 알려줬다고 폭로했다.

위키리크스의 이날 폭로에 따르면 브라질은 클린턴 측에 보낸 e메일을 통해 “피부 발진병에 걸린 한 여인이 HRC(힐러리 로댐 클린턴의 약자)에게 질문을 할 거다. 그의 가족은 (미시간 주) 플린트 시의 수돗물 납 오염 피해자다. 그는 만일 힐러리가 대통령이 된다면 플린트 수돗물 오염과 관련해 어떤 조처를 취할 것인지를 물을 것”이라고 알려줬다.

실제 토론과정에서 브라질이 언급했던 것과 동일한 질문을 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플린트시의 수돗물 납 중독과 관련된 유사한 질문들은 여럿 나왔다.
리-앤 월터스라는 여인은 이날 토론 진행자인 앤더슨 쿠퍼를 통해 전달된 질문을 통해 “나는 플린트시에 살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납에 중독됐다. 당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취임 100일 안에 미국 전역의 납으로 된 공공 수도관을 없애도록 하는 조처를 취하겠다는 약속을 지금 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CNN은 위키리크스의 이번 폭로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CNN은 31일 성명을 통해 “브라질은 당시 토론과 관련된 질문항목이나 사전 준비 자료, 참석자 리스트, 배경 정보, 타운홀 사전 미팅 등 어떠한 것에도 접근할 수 없었다”라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 11일에도 위키리크스는 브라질이 지난 3월 13일 CNN 주최 민주당 경선후보 토론회를 하루 앞두고 사형제 폐지 질문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e메일을 팔미에리에 보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소식을 전하며 브라질이 뉴욕타임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는 CNN이 이번 위키리크스의 폭로 사건에 연루되기 원치 않았다. CNN은 토론 전에 질문지를 나와 공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은 통화에서 클린턴 관련 e메일에 대해 “나는 가능한 많은 정보를 취합하기 원했을 뿐이다. 나는 어떤 일이 있기 전에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배우며 많은 것을 공유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에 대해 지난 31일 미시건주 유세에서 위키리크스의 폭로에 대해 언급하며 “브라질이 또 다시 토론회 질문지를 클린턴에게 줬다”며 클린턴을 공격했다.

박혜민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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