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아톰 보러 오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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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의 만화잔치인 서울 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이하 시카프)이 다음달 12일 개막한다. 재작년까지 격년제로 열렸던 시카프는 올해부터 10년간 서울시에서 매년 10억원을 지원받기로 해 안정적인 운영기반을 마련했다.

올해의 총예산 역시 20억원대로 가장 많다. 특히 올해는 그동안의 행사가 전시 위주였던 것과 달리 애니메이션 상영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만화 공원을 뜻하는 '툰 파크(TOON PARK)'로, 코엑스 오디토리엄.남산 애니메이션센터 등에서 열리는 상영회는 아시아 애니메이션의 중심이 되겠다는 뜻을 담아 '애니마시아(ANIMASIA)'란 이름을 붙였다. 17일까지 계속될 행사의 하이라이트를 미리 살펴본다.

*** TOONPARK

원작만화 탄생 20돌을 맞는 둘리와 TV애니메이션 탄생 40돌을 맞는 아톰은 올해 시카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역이다. 둘리는 그동안 출판만화.애니메이션.각종 상품에 선보인 다양한 얼굴은 물론이고 공연 중인 뮤지컬'둘리'의 하이라이트, 현재 제작 중인 HDTV용 애니메이션의 맛보기 등 다채로운 잔칫상을 내놓는다.

아톰의 경우 관련 전시는 비교적 소규모지만 애니마시아에서 1963년, 82년 그리고 올해 만들어진 세 가지 TV시리즈의 첫회를 연속 상영한다. 40년간 아톰과 일본 애니메이션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아톰의 새 시리즈는 올 가을 SBS에서 방송할 예정이다.

유럽에서 오는 손님 중에는 스머프가 첫손 꼽히는 귀빈이다. 국내에는 미국에서 만든 TV시리즈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원작은 프랑스 만화다. 스머프 마을을 본딴 모형과 스머프 캐릭터의 안내를 따라가면 현대 프랑스 젊은 만화가들의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도록 꾸며진다.

국내 순정만화팬들을 위해서는 특별한 '인형의 집'이 세워진다. '요정 핑크'(김동화), '바람의 나라'(김진), '비천무'(김혜린), '리니지'(신일숙), '호텔 아프리카'(박희정), '프린세스'(한승원) 등 만화가 12명의 작품 속 인물들이 30여점의 구체관절인형으로 만들어져 전시된다.

만화가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사인회도 열린다. 만화가 장태산.김광성.김진.김혜린.김기혜 5인은 'We6'이라는 이름으로 뭉쳐 일러스트.작업과정 등을 별도로 선보인다.

*** ANIMASIA

올해 상영될 애니메이션은 장.단편 합쳐 1백38편이나 된다. 자연히 골라보는 지혜가 절실하다. 가족단위 관람객들에게는 개막작인 '망치'를 비롯해 장편경쟁부문 출품작 '오세암', 단편경쟁부문의 '강아지똥'등 국산 창작물이 권할 만하다.

그렇다고 '애니메이션=어린이용'은 결코 아니다. 14일(코엑스)과 16일(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는 최근 세계 애니메이션 화제작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단편모음과 성인애니메이션 장.단편을 묶어 심야 상영한다.

심미안이 높은 관객이라면 아시아 작품들을 눈여겨 볼 만하다. 장편경쟁부문에 출품된 '맥덜의 인생'(홍콩)은 올해 프랑스 안시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았고, 단편 쪽도 '마리 이야기'로 유명한 이성강 감독의 신작'오늘이', 안시 단편 대상을 받은 일본 야마무라 코지 감독의 '두산(頭山)'등 화제작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 작품으로는 영국 애니메이션의 아버지인 존 할라스와 이탈리아 애니메이션의 대표작가인 브루노 보제토의 회고전이 각각 마련됐고, 에스토니아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보여주는 특별전도 기다리고 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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