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육성에 목이 메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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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필리핀의 신인민군에게 납치됐던 한일개발 관리과장 박종수씨(45)와 관리계장 정상기씨 (31) 의 석방 소식이 전해지자 박 정씨의 집과 서울 여의도 한일개발 본사에서는 일제히 기쁨의 함성이 터졌다.
특히 피랍이후 57일간 불안과 초조 속에 불공과 새벽기도로 아들 남편의 무사귀환을 빌었던 가족들은 18일 밤 전화를 통해 육성을 듣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으며 한일개발 측은 석방을 위해 애쓴 정부와 필리핀 정부에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정씨의 부모는 아들이 귀국하는 대로 결혼부터 시키겠다고 밝혔다.
◇박종수씨 집=박씨의 부인 조남옥씨(42)는 19일0시30분쯤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마카티 메디컬센터에 입원해 있는 남편 박씨에게 전화를 걸어 3분간 통화했다.
조씨는 남편이 석방된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 듯 목이 메어 『건강이 어떠세요』라고 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박씨는『건강은 비교적 좋다』 고 대답했다.
◇정상기씨 집=석방된 정씨는 l8일하오 11시5분쯤 마닐라에서 서울 금호동1가168의38 자신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아버지 정병도씨(62)와 5분간 통화했다.
정씨는 아버지에게 먼저 안부를 물었고 아버지가 『건강이 어떠냐』 『집에 언제 오느냐』 고 묻자 『건강은 이상 없다』 고 대답했다.
어머니 이종례씨 (59)는『그 동안 매일 새벽4시 교회에 나가 아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새벽기도를 해왔다』며『하느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셨다』 고 기뻐했다.
정씨 부모는 『아들이 귀국하는 대로 결혼부터 시키겠다』고 다짐했다.
◇한일개발=대책본부장 배억만 상무 (52) 는 『박 정씨가 가족과 함께 연말과 새해를 맞게돼 무엇보다도 기쁘다』며 『이들이 귀국하면 계열병원인 한미병원에 입원시켰다가 퇴원하는 대로 국내 근무를 시키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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