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北인권결의안 "해외노동자 착취 우려" 첫 포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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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 매해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해온 2005년 이후 처음으로 결의안에 북한 해외노동자 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표현이 포함됐다. 반인도범죄에 책임이 있는 주체로 ‘지도층(leadership)’도 명시됐다.

반인도범죄 자행 주체 ‘지도층(leadership)’으로 적시…사실상 김정은 지목
WMD 개발을 위한 재원 전용 우려도 처음 들어가…남북대화 촉구는 삭제

28일 유엔에 따르면 인권·사회·문화 분야를 다루는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주도해 작성한 북한인권결의안이 상정됐다. 제3위원회에서 유엔 회원국들이 참여한 가운데 11월15일 전후에 표결이 이뤄지며, 12월엔 유엔 총회에서 표결을 통해 채택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제3위원회 표결 결과가 총회에서 뒤집어지는 경우는 없다. 지난해 제3위원회에선 찬성 119개국, 반대 19개국, 기권 48개국으로 결의안이 통과됐다.

결의안 본문 2항에선 “강제노동(forced labour)에 준하는 것으로 알려진 환경에서 근로하는 북한 해외노동자 착취(exploitation)에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유엔이 북한인권결의안에서 북한 해외노동자 문제를 언급한 건 처음이다. 그간 한국과 미국을 비롯, 호주, EU 등은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이 벌어들이는 외화가 핵·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쓰인다고 비판해 왔다.

초안은 또 인권 유린 주체를 지도층으로 적시했다. 전문에는 “북한 지도층이 반인도범죄를 방지하고 가해자를 확실히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결과를 상기한다”, 본문에는 “북한 내에서 최상위층(the highest level)이 수립한 정책에 의해, 지도층의 효율적인 지배 하에 있는 기관에 의해 수십년 동안 반인도범죄가 행해졌다는 믿을만한 근거를 COI 보고서가 제공했음을 인정한다”고 했다. 지난해 결의문에선 ‘최상위층’이라고만 했지만, 올해는 ‘지도층’이라는 단어를 포함시켜 사실상 김정은 북한 노동장위원장을 지목했다.

2014년2월 발표된 COI 보고서는 북한 내에서 이뤄지는 반인도범죄에 대한 책임이 최고지도자(Supreme Leader)에게 있다고 명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인권결의안에는 최고지도자라고까진 넣지 못했다. 결의안이 강화되면 지난해에는 찬성한 나라가 다른 입장을 취할 수도 있고, 기권했던 나라가 표결에 불참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표현도 처음 들어갔다. 결의안 전문 16항은 “핵·미사일 프로그램 진전을 위해 재원을 전용하는 것이 북한 주민의 인권 및 인도적 상황에 미치는 영향에 중대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의례적으로 포함됐던 남북 대화 촉구 조항도 달라졌다. 지난해에는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남북간 대화의 중요성을 주목한다”고 돼 있었던 문항에서 올해는 ‘남북대화’란 표현이 빠지고, ‘기여할 수 있는’이란 표현이 달라졌다.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대화의 중요성을 주목한다”로 바뀌었다. 정부 당국자는 “이렇게 변경된 함의는 남북 간에 대화 위한 대화는 적절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는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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