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장애인도 함께 하는 뮤지컬 극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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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로 ‘어울림’의 가치를 전하는 우승주 단장.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아마추어 극단 ‘날으는자동차(이하 날자)’의 우승주(47) 단장은 뮤지컬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을 꾼다. 2013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도 받았다. 아마추어들에게 뮤지컬을 가르쳐 무대에 서게 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받은 셈이다.

극단 ‘날으는자동차’ 우승주 단장
단원 220명, 무료 공연 관객 수 25만 명
상담센터 연계 복지솔루션 연구 중

“뮤지컬을 하면 옆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혼자만 빛나선 아무 소용이 없거든요. 경쟁만 해 왔던 사람들이 협업을 배우게 되는 거죠.”

우 단장은 원래 공연 전문가는 아니었다. 그는 1998년 ‘한국어린이네트워크’라는 회사를 차려 초등학교 특기적성 교육의 뮤지컬 수업에 강사를 파견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한때 전국 초등학교 600여 곳과 계약해 1억5000만원의 월 매출을 올릴 정도로 번창했다. 하지만 100여 명의 강사를 관리하는 일이 점점 힘에 부쳤다. 결국 사업을 접기로 결심했지만 그는 뮤지컬을 놓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뮤지컬을 배우며 변하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죠. 위축되고 부끄럼 많던 아이들이 끼와 열정을 펼치며 자신감을 찾아 생기 넘치는 표정으로 바뀝니다. 사회성·협동성도 몰라보게 자라고요. 뮤지컬 교육은 종합예술교육이자 인성교육이란 확신을 갖게 됐죠.”

2005년 극단 ‘날자’를 창단하고 초등생 단원을 모집했다. 첫해 단원 수는 29명. 서울 삼선동의 연습실을 빌려 주 1회 4시간씩 노래와 춤과 연기를 가르쳤다. 극단 운영비는 이들에게 월 6만원씩 받는 회비로 충당했다. 1년 과정이 끝날 무렵엔 목동 브로드홀 무대에 올라 공연도 했다.

소규모로 시작한 ‘날자’는 현재 서울·일산·분당에서 220여 명의 단원이 활동하는 대형 극단으로 성장했다. 기존 초등생 팀뿐 아니라 청소년 대상의 ‘주니어단’, 대학생 중심의 ‘날뛰기 프로젝트’, 주부·직장인들의 ‘동행’ 등 12개 팀이 소속돼 있다. ‘새터민 극단’의 탈북 청소년들과 ‘4×4’ 팀의 발달장애인들도 ‘날자’의 단원이다. 발표회 형식으로 시작했던 공연도 점점 규모가 커졌다. 최근엔 성남시청 온누리홀, 고양 어울림극장 등 500∼1000석 규모 극장에서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공연을 펼친다. 우 단장은 “초청 공연 요청도 많이 받는다”면서 “그동안 ‘날자’의 무료 공연을 본 관객 수가 25만 명 정도”라고 말했다.

창단 12년째를 맞은 우 단장은 “뮤지컬과 사회복지 체계를 어떻게 결합시킬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날자’의 현재 월 회비는 15만원씩이지만 형편이 어려운 50여 명에게는 회비를 받지 않는다. 그는 “무료 교육 혜택을 넘어서는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취약 계층의 아이들이 1년 동안 뮤지컬 교육을 받고 나면 자신감이 크게 상승합니다. 하지만 집에 있는 알코올 중독, 폭력 부모의 상태는 여전하지요. 그러다 보니 ‘자신감 가져봤자 뭐해’ 하며 더 깊은 나락으로 빠지는 사례가 여럿 있었습니다. 새터민들도 마찬가지고요. 지역 공공기관이나 상담센터 등과 연계해 사회복지 솔루션을 함께 제공하는 방안을 연구 중입니다.”

글=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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