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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영산포 트렌드세터 125명이 뽑은 ‘2016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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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규원·양혜원

‘트렌드를 모르면 문화인이 되기 어렵다‘던가. 요리·패션·방송, 심지어는 묘지까지 한국사회의 곳곳을 지배하는 단어가 트렌드다. 그 누구보다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 ’트렌드 세터’인 청소년의 트렌드는 무엇일까?

서울과는 '심하게' 멀리 떨어진 나주 영산포에서, ‘나름’ 이 시대의 트렌드세터를 자처하는 전남외국어고 2학년 학생 125명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2016년 10대의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이들의 답변 중 많은 수를 차지한 4가지 트렌드를 정리했다.

1위: 힙합 대세, 이제는 트렌드!

Mnet 힙합 경연 프로그램

Mnet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5' 우승한 랩퍼 비와이. [사진=Mnet]

전남외고 2학년을 대상으로 한 ‘2016 청소년 트렌드’ 설문조사에서 단연 압도적인 표로 1위를 차지한 것은 다름 아닌 ‘힙합’이었다. (나주 시내를 비롯한) 번화가에서 울려 퍼지는 힙합 음악, 검색어 순위에 줄 세워진 래퍼들의 이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요즘 대세는 ‘힙합’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힙합’은 대중들에게 다소 거리가 먼 장르였다. 하지만 어느새 우리는 힙합을 사랑하고 편히 즐기고 있다. 특히 10대들 사이에서 비와이, 씨잼, 바비, 사이먼도미닉 등 많은 래퍼들은 여느 아이돌 못지않은 사랑과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무엇이 힙합과 10대 사이의 보이지 않던 벽을 허물어 주었을까?

바로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등 TV 프로그램의 공로가 크다. 이 두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바로 ‘힙합’이며 오로지 래퍼에 의한, 래퍼를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이 두 프로그램의 선방을 계기로 힙합의 대중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돌에 비해 음악방송이나 예능방송 출연 기회가 적었던 래퍼, 그들만을 위해 카메라를 켰다는 자체가 대중, 특히 10대들에게 많은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영원히 비와이~’,‘이젠 맘 편히~편히~’ 등 중독성 강한 훅과 퀼리티 높은 비트가 더해져 한 번 들으면 절대 잊혀 지지 않는 노래들이 10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 곳 전남외고에 밀려온 ‘힙합 열풍’은 학교 복도와 급식실을 'Turn up!'이 울려 퍼지는 쇼미더머니 공연장으로 만들었다. 이번 Show me the money 6의 우승자 비와이의 랩 중 한 소절인 'Hello, universe'가 대유행하기도 했다.

2위: 부산행 보셨지 말입니다. ‘한국 TV프로그램+한국 영화’

2016년 봄, KBS에서 방영된 드라마

2016년 봄, KBS에서 방영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 마지막회까지 38.2%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종영했다. [사진=NEW]

2016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한국 영화와 한국 드라마가 흥한 한해다. KBS ‘태양의 후예’는 순간 최고시청률이 40%에 달하며 전국의 청소년을 ‘유시진앓이’에 빠뜨렸다. 대다수의 전남외고 학생들, 특히 여학생이 태양의 후예가 올해의 트렌드였다고 답할 만큼 태후사랑에 여념이 없었다.

한 예로, 태양의 후예가 한창 방송될 무렵 아침 NIE시간에 이 드라마가 주제로 나오자, 학교 내 모든 여학생들이 영상자료로 속 유시진(송중기)을 보며 비명 내지 괴성을 질렀다고 한다. 태양의 후예가 방영된 이후, 군대식 말투인 ‘~하지 말입니다’가 유행처럼 번졌고, ‘태후’를 보고 제복홀릭에 빠진 고3 학생들로 인해 사관학교 지원자 수가 전년 대비 33%나 증가하기도 했다.

올해 한국의 드라마 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으니, 전국의 여학생들을 또 한 번 열광하게 만든 ‘W’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한효주와 이종석 주연의 W는 청소년들에게 익숙한 웹툰이라는 소재에,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남자)’ 이종석과 한효주의 열연까지 더해져 여학생은 물론, 남학생에게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W의 여파는 한반도 변두리 전남외고 기숙사에도 밀려왔는데, 많은 여학우들이 노트북에 W 방송분을 다운로드 받았고, 이를 밤에 몰래 시청하는 룸메이트 때문에 밤잠을 설친 학생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TV드라마 뿐 아니라 한국 영화의 인기 또한 그 어느 해보다 높았다. 2016년은 ‘뭣이 중헌디’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곡성, 한국 최초의 좀비영화로 1000만 관객을 매료시킨 부산행 등, 관객들을 어벤져스에서 다시 한국영화로 무사히 안착시킨 수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 해다. 프랑스어과의 한 학생은 "작년에 비해서 한국영화가 국내외에서 주목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답했다. ‘영화풍년’이었던 올해 전남외고에서는 "나는 (영화) ~ 봤으니까 문찐 (문화찐따)은 아니다!"라는 말이 퍼지기도 했다. (그런데 얘들아, 19금 아가씨는 어떻게 본 거니?)

3위: 유행은 돌고 돈다. 다시 돌아온 ‘7080 패션’

1 셀린느가 만든 실크 소재에 플리츠 주름을 넣은 드레스. 2 돌체앤가바나가 올가을 컬렉션에서 선보인 큼직한 튤립 모양이 있는 롱 원피스. 3 V라운지가 내놓은 편안한 디자인의 회색 니트·치마. 4 반짝이는 골드브라운 컬러가 돋보이는 복고풍 재킷과 치마, 긴소매에 단추로 포인트를 준 베이지 니트. 의상·미니백·구두 모두 마이클코어스 제품. [사진=중앙일보 2016년 9월 6일자]

1 셀린느가 만든 실크 소재에 플리츠 주름을 넣은 드레스. 2 돌체앤가바나가 올가을 컬렉션에서 선보인 큼직한 튤립 모양이 있는 롱 원피스. 3 V라운지가 내놓은 편안한 디자인의 회색 니트·치마. 4 반짝이는 골드브라운 컬러가 돋보이는 복고풍 재킷과 치마, 긴소매에 단추로 포인트를 준 베이지 니트. 의상·미니백·구두 모두 마이클코어스 제품. [사진=중앙일보 2016년 9월 6일자]

와이드 팬츠, 일자바지, 나팔바지. 원색적인 색깔에 화려하다 못해 현란한 패턴들의 웃옷들. 눈썹이 드러날 만큼 짧은 앞머리를 칭하는 처피뱅과 초커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을 증명해주기라도 하듯, 영화 ‘써니’에서 튀어나올법한 7080 스타일이 2016년을 기점으로 다시 되살아났다. 내 주변만 봐도 그렇다. 본교가 기숙학교인 만큼 주말에는 사복이 허용되어 그때마다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들을 한눈에 모아 볼 수 있는데, 딱 달라붙는 스키니진만을 고집하던 친구들도 어느새 하나 둘씩 통 넓은 바지를 입고 다니고 목에 딱 달라붙는 초커를 즐겨 착용한다. 심지어는 매주말마다 한 번도 빼지 않고 초커를 하는 친구가 있어서 초커를 목에 박제한 줄 알았다.

예전만 해도 촌스럽고 유행이 지난 것이라고 치부되었던 레트로 패션은 어느새 2016 패션계를 강타한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10대들에게 일명 7080 복고풍 패션, 레트로 패션은 신선하고 독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예능 속에서 게임 벌칙으로만 나올법한 쨍한 색의 웃옷과 흘러내릴 듯 헐렁한 청바지. 그간 유행해 온 깔끔하고 세련된 스타일과는 정반대인 레트로 패션이 어떻게 10대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10대 유행의 아이콘이 되어 온 연예인들이 복고풍 패션을 선호하기 시작한 게 한 몫하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편하다. 그것도 매우.

밥 먹기 전 버클을 풀지 않으면 체하게 만드는 스키니진과는 달리 내 배를 옥죄지 않는 헐렁한 7080 바지의 편안함은 한 번 입으면 중독된다.

패션은 민감하고, 유행기간은 더없이 짧다. 하지만 레트로 패션의 열풍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 우리의 부모님이 살았던 그때 그 시절만의 스타일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4위: 서울이 추우면 서울시립대, ‘아재개그’

사실 아재개그가 2016년의 전유물은 아니다. 그 어떤 학생들도 정확한 출처와 유래를 알고 있지 않지만, 때로는 분위기전환용으로, 때로는 더위나기용으로, 아재개그는 항상 우리 곁에 존재했다. 하지만 이 '아재개그 열풍’이 분 것이 바로 올해, 2016년이다. 설문조사에서도 다섯 반 중 네 반의 학생들이 ‘아재’가 올해의 트렌드라고 답했다.

한국의 학생들을 아재개그의 늪에 빠뜨린 아재 열풍은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 오세득 셰프가 요리를 하면서 끊임없이 말장난 개그를 시전한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사진=

[사진='마이리틀텔레비전' 캡처, MBC]

그렇다면 이 난센스 개그가 갑자기 전국 학교에 유행처럼 번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들은 이 현상이 학생들의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재개그는 일명 ‘썰렁 개그’로, 상대방의 어이없는 실소를 유발하게 하는 개그다. 여기에 ‘아재’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중장년층이 많이 애용한 개그이기 때문인데, 이들이 썰렁 개그를 사랑한 이유는 ‘실소’, 억지로라도 웃어야 하는 각박한 현실 때문이었을 것이다. 21세기, 이러한 현실이 중년층에게서 우리 십대들에게까지 대물림되었다. 내신준비, 수능준비로 개그콘서트도 맘 놓고 보지 못하는 우리 학생들이 어이없는 웃음이라도 지어야 하는 2016년을 대변하는 ‘아재개그’, 단순한 개그지만 우리에게 조금은 씁쓸하게 다가온다.

+나주 영산포 2016 트렌드 번외편

SBS에서 방연된 애니메이션

SBS에서 방연된 애니메이션 '올림포스 가디언'의 한 장면을 배우 권혁수가 방송에서 패러디해 '늦게 와서 정말 죄송합니다, 디오니소스님'이 유명해졌다. [사진="SNL' 캡처, tvN]

디오니소스
요즘 이 신이 그렇게 인기라면서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디오니소스님 ? 너 때문에 흥이 다 깨져버렸잖아!"


해설: 축제에 늦은 오르페우스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디오니소스님”이라고 하자 디오니소스가 “너 때문에 흥이 다 깨져버렸잖아. 책임져”라고 타박하고, 이어서 오르페우스가 좌우지 장지지지~ 음악을 연주하자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지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 애니메이션 영상과 움짤이 인기를 끌며 패러디에 패러디를 낳았다. 특히 SNL 더빙극장의 권혁수 패러디 버전이 화제가 됐다.

오프숄더

"올해 여름을 휩쓸었던 오프숄더!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옷" -프랑스어과의 최모 학생

연애
요즘 웬만하면 다 연애하더라. 물론 나는… (그리고 내 곁엔 아무도 없었다. 또르르….)

뭣이 중헌디
아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오오!!! (from. 곡성)

호박고구마

호.박.고.구.마.호봑고구뫄!!!! 호!박!고!구!마!


해설: SNL코리아 더빙극장에서 권혁수가 ‘거침없이 하이킥’의 레전드, 나문희의 호박고구마 영상을 패러디한 게 ‘권혁수 인생 연기’라 불리며 2016 변두리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글=임규원·양혜원(전남외고 2) TONG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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