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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목도 갖가지…기부금이 가장 부담|기업이 내는 준조세 어떤 것이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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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경련 부설 한국 경제 연구원이 상시 종업원 수 10인 이상 대기업까지 2백36개 업체를 표본으로 뽑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업체 당 평균 8백36억원의 매출을 올려 그중 8억5천만원 (·02%)을 세금으로 냈고, 연구·개발 (R&D)에 8억9천만원 (1·06%)을 썼으며, 준조세 성격을 띤 부담금으로 6억8천만원 (0·77%)을 지출한 것으로 분석돼 준 조세 부담이 조세 부담이나 R&D 투자 못지 않은 큰 부담을 기업에 지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준조세 부담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회계 감사나 세무 조정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가 2억4천만원 (35·3%)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각종 성금 등의 기부금 (1억4천만원)으로 이 두가지가 전체 준조세 부담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 산재 보험료 (9천2백만원), 경제 단체 회비 등 각종 협회비 (7천만원), 의료 보험 기금 (4천9백만원) 등의 부담도 큰 편에 속한다.
준조세 부담 중기업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은 기부금이다. 형식상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것으로 되어 있으면서도 실제로 기업에 주는 감각 부담은 몹시 크기 때문이다.
기부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학술·예술 관련 기부금으로 지난해 경우 업체 당 평균 4천4백만원이고, 두번째가 새마을 성금 (2천2백만원)이며 이밖에 체육 성금 (1천8백만원), 자선 성금 (8백70만원), 방위 성금 (7백80만원), 원호 성금, 불우 이웃 돕기 성금, 이재민 구호 성금 등의 순이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 기업들이 가장 큰 저항감을 느끼고 있는 기부금은 지하철 공사 기부금으로 응답 업체의 62%가 「불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교통 안전 관련 기부금, 새마을 성금, 체육 성금, 예비군·민방위 관련 기부금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기업의 크기에 따라 부담 규모도 차이가 심한데 종업원 수 3백인 미만의 중소기업이 지난해 업체 당 평균 8천만원의 준조세 부담금을 낸데 반해 대기업은 12억원을 냈다. 특히 종업원 수 5천인 이상의 대기업은 기부금 10억4천만원을 포함, 무려 51억4천 만원의 준조세 부담을 안았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자산 규모가 크다고 반드시 준조세 부담도 큰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자산 규모 5천억원 이상 1조원 미만인 업체의 평균 준조세 부담률 (매출액 비)은 2· 63%로 매우 높은데 비해 1조원 이상인 기업은 0·47%로 대단히 낮았으며, 1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업체는 1·02%로 전 업체 평균 (0·77%)보다 훨씬 높지만 자산 규모가 그 10배인 5백억원 이상 1천억원 미만인 업체는 0·38%로 오히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자산 규모 5천억원 이상 1조원 미만인 대기업의 업체 당 평균 준조세 부담은 1백33억원으로 가장 많은데 자산 규모가 1조원을 넘어가면 92억원으로 오히려 뚝 떨어진다.
재벌 그룹 계열사냐 아니냐에 따라서도 준조세 부담은 크게 달라진다. 재벌 그룹 계열사가 지난해 준조세로 낸 돈은 업체 당 평균 21억8천만원인데 비해 비계열사는 1억3천만원으로 20배 가까이 차이가 났고, 매출액 대비 부담률도 전자가0·98%인데 반해 후자는 0·45%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 80년 0·48%였던 매출액 대비 준조세 부담률은 매년 높아져 지난 84년 0·85%까지 올라갔으나 지난해에는 0·77%로 다소 낮아졌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아시안 게임, 내년에는 선거 등 정치 행사, 88년에는 올림픽 등으로 기업의 준조세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배명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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