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억7천짜리 '아라리요 뮤비' 추천수 조작 논란

중앙일보

입력

기사 이미지

문체부가 만든 '아라리요' 페이스북페이지와 뮤직비디오. 문체부는 이 뮤직비디오를 22만명이 추천(좋아요)했다고 했지만 오히려 '조작'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문화관광부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뮤직비디오 '아라리요(ArariㆍYo)'가 추천수 조작 논란에 휘말렸다.

이 영상은 문체부가 만든 아라리요 페이스북 페이지에 지난 9월 27일 게시됐다.

평창에 '댄스 바이러스'가 퍼져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흥겨움을 주체하지 못해 춤을 추게 된다는 스토리다. 인기 그룹 씨스타의 효린씨가 출연해 아리랑을 편곡한 음악에 맞춰 안무를 펼친다.

영상은 강남스타일로 외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싸이(Psy)의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한다. 싸이의 B급 이미지 메이킹을 노린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에 좀비바이러스를 주제로 흥행한 영화 '부산행'의 플롯을 곁들였다.

문체부가 3분 53초짜리 이 영상 제작에 들인 예산은 2억7000만원. 초당 115만원에 달한다.

그런데 영상을 본 우리나라 누리꾼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도대체 뭘 말하려고 하는지 의도가 불분명한 UCC(사용자제작콘텐트) 수준"이란 것이다.

비판이 커지자 문체부는 해명자료를 내고 "해당 영상은 평창올림픽 공식 홍보 영상이 아니라 온라인 댄스영상 콘테스트를 홍보하기 위한 뮤직비디오"라고 선을 그었다. 외국의 네티즌들이 쉽고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제작했다고도 했다.

문체부는 "외국인들로부터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며 해당 영상에 대한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좋아요'(추천) 숫자가 22만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자체 분석에서 '좋아요'를 클릭한 누리꾼의 90% 이상이 외국인이라며 해외 반응을 강조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오히려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아라리요 페이스북페이지의 구독자 수가 1만9468명에 불과한데 이 영상만 22만명이 넘게 추천했다는 게 오히려 비현실적이란 것이다.

이 영상은 20일 현재 25만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그러나 공유 횟수는 38회 뿐이다. 댓글도 200개에 불과하다. 특히 '좋아요'를 누른 페이스북 이용자는 대부분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사람으로 추정됐다.

기사 이미지

문체부가 만든 '아라리요' 페이스북페이지 구독자의 국가를 분석한 그래프. 대부분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이다.

누리꾼들은 '좋아요 공장'을 통한 조작을 의심하고 있다.

한 누리꾼이 아라리요 페이스북페이지 구독자의 국가를 분석한 결과 1만7988명이 인도네시아였고 965명이 필리핀으로 나타났다. 거의 대부분이다.

'좋아요' 수를 늘리는 것도 쉽게 가능한 일이다. 페이스북 게시물의 '좋아요' 수를 늘려 인기 게시물로 둔갑시키는 마케팅을 위해 인터넷에선 '좋아요'를 대행하는 업자들이 많다. 좋아요 1만 개는 몇 만원 정도면 가능하다. 이를 '좋아요 공장'이라고도 한다. 이런 대행이 주로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계정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특히 문체부가 이 영상을 페이스북과 동시에 올린 유튜브에선 조회수가 고작 5만2000여 회에 불과하다.

캐나다 벤쿠버의 '데일리 하이브(Daily hive)'는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개최 당시 캐나다의 관광청이 제작한 동영상과 비교하면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최근 한국에서의 관광캠페인이 많은 사람에게 회자될 것은 분명하다"고 평했다.

공연 연출가인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B급 문화가 아니라 그냥 못 만든 것"이라고 혹평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