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니"… 실망·아쉬움|또 한번 충격 안겨준 김일성 피살설 해프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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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김일성의 사망설」 은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18일 상오10시23분 중공 신화사통신 보도로 김일성이 몽고공산당 제1서기 「잠빈·바트문」를 평양공항에 나와 영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김일성 사망을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던 시민들은 실망과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민들은 중앙일보에서 김일성피살을 「설」로 보도해 미심쩍기는 했으나 계속되는 뉴스에 정말 죽은것으로 믿고 있다가 김일성이 공항에 나타났다는 소식을 접하자 더욱 믿을 수 없다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시민들은 또 김일성의 사망사실까지도 대남 심리전으로 이용하려 하는 북괴의 기만선전술에 치를 떨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증권시장에서는 17일 김의 사망설이 호재로 작용해 주가가 급등했었으나 18일 상오 김의 생존사실이 알려지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편 검찰 공안관계자들은 김일성이 생존해 있다는 외신보도가 들어오자 크게 놀라는 표정으로 정확한 외신보도내용을 확인하는 한편 북괴측의 저의를 분석하느라 분주한 모습.
검찰 관계자들은 보도진들에게『어느 외신에 그런 보도가 나왔느냐』고 문의하며『만일 살아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로서는 매우 심각한 일』 이라고 말했다.
실향민 박석우씨 (58·동대문시장상인)는 실망을 금치 못하며 『저들의 교활한 심리전에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박씨는 『북괴가 대남확성기방송을 했다는 소식에 들떴으나 그것이 농간임이 드러났다』 며 『결국 저들이 무엇인가 꾸미고 있음이 분명하므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서울 남대문로 K통상사무실에서는 직원들이 『충격적』이라고 입을 모으며 북괴가 왜 대남확성기 방송을 통해 농간을 부렸는지에 대해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직원 이채후씨(36) 는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 좋은 일이 아니라는 점』이라며『당국은 저들이 노린바를 예의 분석해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최민순씨(35)는 그 동안 반신반의했으나 김이 아직 살아있다니 모진 인간이라는 느낌이 든다. 서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여의도동 28의1 전경련에 근무하는 조모씨(30)는『40년 1인독재의 끝을 보는가 했는데 다시 숨통이 막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북괴의 이번 사건으로 미뤄 앞으로 북괴집단이 어떤 도발책동이나 술수를 쓸지 알수 없으니 우리 국민들이 모두 정신을 바짝차려 대비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또 서울논현동 Y물산에서는 증권담당자를 긴급히 증권회사와 거래소에 보내 주식동향을 수시로 보고토록 하는 등 초비상에 돌입.
이회사 간부 김영중씨(42)는 『어제 폭등한 주식값이 폭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며 『북괴가 이같은 혼란을 노린 것 같다』고 점치기도 했다.
서울대생 박지선양(21·기악3) 은 『처음 사망설이 나올때부터 반신반의하면서도 김일성의 사망후 온건파가 집권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랐는데 모든 기대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며 실망한 표정.
주부 최영순씨 (31·서울역삼동)는 『잠시나마 농간에 속은 것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며 『북괴가 무슨 일을 저지르기 위해 그 같은 짓을 한 것 같아 걱정된다』 고 했다.
북괴 김일성의 생존이 확인된 18일 증권시장은 전날의 급등세가 가라앉고 완만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날의 급등에 대한 경계심리와 김사후의 판도변화등에 대한 신중세가 작용, 보합으로 출발한 이날 증시는 김의 생존이 확인되면서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 하오1시30분 현재 종합주가지수 256.04로 전날보다 2.09포인트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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