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학열의 상징’ 동아대 학교 종소리 43년 만에 교정에 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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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제8회 동아대 졸업생 381명은 한국전쟁 후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졸업한 기념으로 돈을 모아 학교 측에 종을 기증했다. 대학 측은 당시 구덕캠퍼스 본관 건물 꼭대기에 종탑을 만들어 종을 걸고 매일 수업 시작과 종료 때 종을 울렸다. [사진 동아대]

부산 동아대학교 캠퍼스에 향학열의 상징인 학교 종소리가 43년 만에 다시 울려 퍼진다.

동아대는 오는 25일 열리는 개교 70주년 기념 석당박물관 특별전 개막 때 학교 종을 울리는 타종식을 한다고 19일 밝혔다. 학교의 역사와 선배의 학구열을 지금 학생들에게 이어주기 위한 행사다. 개교기념 박물관 특별전은 내년 1월22일까지 열린다.

1946년 개교한 동아대는 한국전쟁의 아픔을 그대로 겪었다. 교육 여건이 열악했지만 1955년 381명은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무사히 졸업했다. 배움의 의지가 남달랐던 이들은 졸업을 기념해 십시일반 돈을 모았고, 이 돈으로 종을 마련해 학교에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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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제8회 부산 동아대 졸업생 381명은 한국전쟁 후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졸업한 기념으로 돈을 모아 학교 측에 종을 기증했다. 대학 측은 당시 구덕캠퍼스 본관 건물 꼭대기에 종탑을 만들어 종을 걸고 매일 수업 시작과 종료 때 종을 울렸다. [사진 동아대]

종은 높이 77.5㎝, 최대 지름 75.8㎝다. 표면에는 ‘증 동아대학 제8회 졸업생 일동 기념 단기 4288년도’라고 한문으로 적혀 있다.

대학 측은 모교를 사랑하는 선배들의 뜻을 후배에게 알리기 위해 부산 서구 동대신동 구덕캠퍼스 본관의 건물 꼭대기에 탑을 만들어 종을 걸었다. 그때부터 매일 수업이 시작되는 오전 9시와 수업이 끝나는 오후 5시에 종을 울렸다. 18년 동안 종소리는 교내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1973년 종은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건물 확장 공사를 하면서 종탑을 없앤 때문이다. 그 뒤 종은 43년 동안 줄곧 대학 내 석당박물관에 보관됐다.

정은우 석당박물관장은 “한국전쟁 시기에 어렵게 공부하셨던 선배들의 향학열과 모교 사랑이 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며 “8회 졸업생이 이미 고인되거나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해 타종식에 참석하기 어렵지만 선배들의 뜻이 영원히 이어지길 바라는 의미에서 타종을 한다”고 했다. 타종 뒤 종은 다시 석당박물관에 보관된다.

부산= 강승우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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