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 노벨상 거부할까…음반ㆍ책은 베스트셀러 1위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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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이 노벨상을 거부할까. 매년 연말이면 세계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노벨상, 올해는 유독 문학상 수상자로 지목된 밥 딜런에게 쏠리고 있다. 물리와 화학상 등 다른 분야 수상자에 대한 관심은 뚝 떨어진 상태다.

노벨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은 수상자 발표 직전 수상자에게 전화를 통해 소식을 알린다. 하지만 밥 딜런에겐 이런 관례가 적용되지 못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뒤 2시간 반이 지나서야 밥 딜런의 매니저에게 수상 소식을 알렸다. 수상 소식은 전화를 통해 전달한 스웨덴 한림원도 밥 딜런에게 수상 소식이 전해졌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딜런의 지인들은 "그가 하루 종일 노벨상 관련해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수상자가 공개된 이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무대에서도 밥 딜런은 노벨문학상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딜런의 노벨상 거부가 힘을 얻는 이유다. 관객들이 "노벨상 수상자"라 외쳤지만 그는 끝내 노벨상과 관련된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딜런은 이날 앙코르곡으로 ‘왜 지금 저를 바꾸려고 하나요(Why Try To Change Me Now)’를 불렀다. 이날 앙코르곡은 프랭크 시나트라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것으로 2015년 발표한 앨범 ‘Shadows in the Night’에 실렸다. "몰랐나요. 나는 언제나 당신들의 광대였어요. 왜 지금 저를 바꾸려고 하나요"라는 가사를 담고 있다.

외신들은 앙코르곡에 노벨문학상에 대한 딜런의 대답이 실려 있다고 분석했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그가 부른 앙코르곡에 노벨상 거부 의사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12월까지 기다려야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외신들은 "밥 딜런의 평소 성격에 비춰봤을 때 노벨상 관련해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게 당연하다"며 "노벨상 시상식까지 기다려야 거부 의사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하는 근거도 있다. 밥 딜런의 공식 트위터는 지난 13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식을 전했다. 이어 밥 딜런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는 오바마 미 대통령의 트위터를 리트윗하기도 했다.

100년이 넘는 노벨상 역사에서 노벨문학상을 거부한 작가는 보리스 파스테르나크(1958년)와 장 폴 사르트르(1964년)가 유일하다.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거부하면 세 번째로 기록된다.

한편 밥 딜런의 책과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딜런의 앨범 ‘얼티밋 밥 딜런 콜렉션’은 팝 음반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딜런의 음반은 수상 소식이 전해진 13일 오후 8시부터 전날까지 211장이 판매됐다.

관련 서적도 주목을 받고 있다. 딜런의 유일한 자서전인 『바람만이 아는 대답』은 수상자 발표 이후 294권이 팔려 예술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딜런 음악의 가사를 분석한 『음유시인 밥 딜런』도 70권이 판매돼 같은 분야 베스트셀러 5위로 기록됐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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