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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안날 때 지분 증여, 상속세는 종신보험으로 준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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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호 18면

“올해 110억원을 투자해 자동화 설비시스템을 갖춘 공장을 세웠다. 생산성이 기존보다 50% 이상 높아졌다.”


이달 6일 충남 천안시 디와이엠솔루션(이하 디와이엠) 본사에서 만난 박동하(61) 대표는 지난 6월 첫 가동을 시작한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 시스템을 보여줬다. 그는 “스마트폰 영상으로 제품 생산부터 불량품을 찾는 제조과정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이처럼 빠르게 바뀌는 산업 트렌드를 쫓아가야 중소기업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1992년 박 대표가 창업한 디와이엠은 전력케이블과 전선용 소재를 생산한다. 이 제품은 전선 안에 있는 구리·알루미늄 등 금속을 감싸 전류가 균일하게 흐를 수 있도록 돕는 반도전과 외부 충격으로부터 전선을 보호하는 피복의 소재로 쓰인다. 국내 시장점유율은 1위고, 이탈리아·뉴질랜드·인도 등 76개국에 수출한다. 지난해 ‘7000만불 수출의 탑’을 받는 등 해외 실적이 늘면서 매출은 처음으로 1100억원을 넘어섰다. 박 대표는 이미 회의실 한 쪽에 ‘1억불 수출의 탑 트로피’를 놓을 자리를 비워뒀다. 그는 “내년엔 수출이 1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일러스트 강일구

[경영권 승계 미루더라도 소유권부터 승계]


그의 성공비결은 헝그리 정신이다. 창업 당시 박 대표는 포도밭 약 2640m²(800평)을 산 뒤 공장을 세웠다. 개인 사무실은 꿈도 꾸지 못했다. 돈이 없어서 컨테이너 박스에서 4명의 직원과 먹고 살며 기술을 개발했다. 그는 “열정이 지식을 앞서고, 행동하지 않으면 결과물은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의 믿음은 2008년 키코(KIKO) 사태를 겪으며 더욱 확고해졌다. 수출 비중이 컸던 회사는 환율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키코에 가입했다가 1년 만에 3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2008년 매출액의 60%를 날렸다. 박 대표는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지만 인생을 바친 회사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다음날부터 영업과 생산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했다. 원가를 낮춰 가격경쟁력을 키운 뒤 수출을 늘려 갚아나갔다. 나머지 50억원만 남겨뒀을 때 극심한 빚 독촉에 시달렸다. 그때 기회가 찾아왔다. 디와이엠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 중동의 한 기업이 420만 달러(50억원)를 투자하면서 키코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박 대표의 꿈은 디와이엠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2014년부터 아들 박창묵(34)씨가 과장으로 입사한 뒤 해외사업, 생산공장, 연구소 등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아무리 아들이라도 경영자로서 자질을 갖출 때 물려줄 생각이다. 박 대표는 “가업승계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회사일로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맨땅에서 기업을 일군 대다수 창업자는 경영에 몰두하느라 가업승계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 가업승계란 기업의 영속성을 목적으로 가업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후계자에게 승계하는 과정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5년간 가업상속공제제도를 활용한 기업은 296곳에 불과하다. 이러다 창업자가 나이가 들거나 건강 문제로 갑자기 상속 문제에 부닥치는 경우 기업이 흔들릴 수 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최대 50%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는 게 쉽지 않아서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대표가 450억원 상당의 회사 지분을 자녀에게 물려줄 경우 세금만 약 218억원(신고세액 공제 제외)에 달한다. 세계 1위 손톱깎이 기업 쓰리세븐이나 국내 종자업계 1위 농우바이오가 창업주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다른 기업에 팔린 이유다. 그렇다면 박동하 대표가 현명하게 가업승계를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이달 13일 박 대표는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에서 성열기 삼성생명 FP센터장을 만나 가업승계 컨설팅을 받았다. 성 센터장은 “박 대표가 경영하는 회사처럼 본격적인 성장단계에 들어선 기업은 앞으로 기업가치가 더 오르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가업승계 플랜을 세워야 한다”며 “적어도 10년을 내다보고 체계적으로 준비를 해야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려면 경영권과 소유권 승계를 나눠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들이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지만 경영 능력을 검증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영권 승계는 잠시 미루고 소유권 승계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소유권 부분은 생전이나 사후 언젠가는 자녀에게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미리 준비해두는 게 유리하다.


성 센터장은 가업승계에 따른 세금 부담을 낮추는 3가지 방안을 내놨다. 첫째, 가업승계를 위한 세법상의 지원제도를 활용하는 전략이다. 박 대표는 가업상속공제를 주목해야 한다. 이 제도를 이용해 가업상속재산을 물려주면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어서다. CEO의 경영 기간에 따라 10년 이상이면 200억원, 15년 이상이면 300억원, 20년 이상이면 500억원을 공제 받는다. 가업상속재산이란 개인 기업은 가업에 직접 사용된 토지·건축물·기계장치 등 사업용 고정자산을 뜻하고 법인 기업의 상속재산은 법인의 주식을 의미한다. 가업상속공제는 혜택이 큰 만큼 자격 요건이 까다롭다. 회사 규모는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만 해당한다. 피상속인은 최소 10년 이상을 기업을 운영해야 하고, 상속인(아들)은 상속 개시일로부터 2년 전에 가업에 종사해야 한다. 현재까지 박 대표는 한 가지만 빼고 모든 요건을 갖췄다. 그는 과거 키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기업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지분율이 41.9%(2015년 말 기준)로 줄었다. 박 대표처럼 비상장기업의 피상속인은 최대주주로서 50% 이상(특수관계인 주식 포함)을 보유해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박 대표가 지분만 더 확보한다면 증여세 과세특례도 활용할 수 있다. 60세 이상 부모가 운영한 10년 이상된 중소기업 주식을 증여할 경우 최대 100억원까지 10%의 특례세율(30억원 초과시 20%)을 적용받을 수 있다.


[종신보험은 계약자·수익자 일치해야 효과]


합법적으로 회사의 주식가치를 관리하는 방법도 있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시가로 계산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비상장 주식은 상장 주식과 달리 거래가격이 없다. 따라서 현행 세법에선 회사의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를 일정비율로 가중평균해 주식가치를 산정한다. 경영자 입장에선 주식이 저평가되는 시점을 활용하면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순손익가치는 과거 3년간의 순손익액의 평균으로 판단한다. 증여 계획을 앞두고 있다면 가급적 회사의 당기순이익이 많지 않을 시기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또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을 매각해 증여 시기의 사업연도에 이익이 늘지 않도록 하는게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상속세를 낼 자금이 부족하면 개인 부동산이나 주식을 처분하거나 담보대출을 받아 납부하는 경우가 많다. 성 센터장은 이보다 효과적인 방안으로 종신보험을 제안했다. 계약자와 피보험자 관계를 잘 활용하면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를 피상속인(사망자)으로 할 경우 상속인들이 수령하는 사망보험금은 상속재산에 합산해 상속세를 낸다. 따라서 소득이 있는 배우자나 자녀가 계약자와 수익자로, 피상속인이 피보험자로 종신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이때는 보험료를 낸 사람(계약자)과 수익자가 동일하기 때문에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단 종신보험은 늦게 가입할수록 보험료 부담이 크다. 또 건강 때문에 가입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가입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


이 밖에 가업승계 전략을 짤 때 유류분과 명의신탁 주식에 주의해야 한다. 유류분은 특정 자녀에게 재산을 몰아준 경우 다른 자녀가 재산 분배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가업승계 과정에서 유류분 다툼이 일면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 성 센터장은 “만약에 법인 지분을 장남에게 넘길 경우 다른 형제들에게도 지분 규모만큼 현금이나 부동산을 분배해 유류분 다툼 소지를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하려면 실제 주식의 소유주와 명의자가 다른 명의신탁 주식부터 해소해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명의신탁 주식을 빠뜨리고 상속세를 신고하면 국세청에서 가업을 전부 상속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특례를 취소할 수 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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