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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레터] 한강에 빠져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대선 주자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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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호 1 면

? VIP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이정민입니다.


? 며칠 지났는데도 문재인 전 대표(더민주)의 '한강' 발언이 저녁자리에서 여전히 화제더군요. “내년 대선에서 못 이기면 제가 제일 먼저 한강에 빠져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한 발언 말입니다. 해외 교포들이 모인 워크숍에서 했다는 이 말은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60%가 정권을 교체해달라고 한다. 이런 지지를 받는데도 우리가 지면 다같이 한강에 빠져야지, 낯을 들고 다닐 수 없다”고 한 추미애 대표의 발언에 이어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발언의 맥락을 보면 야권의 유력한 차기 주자로서 느끼는 책임의식을 강조하다 나온 것으로,그리 못할 말도 지탄받을 것도 아니라고 넘겨버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성난 댓글'이 이어지는 걸 보면 뭔가 대중들의 감정선을 건드렸지 싶습니다.? 인식과 사유체계라는 뇌관을 거치면서 응축돼 밖으로 분출되는 것이 언어입니다. 말은 인식의 다른 표현인거죠. '제일 먼저 한강에 빠져야 한다'는 논리는 정권교체의 책임이 그만큼 크다고 느낀다는 것이고 이는 뒤집어말하면 당연히 자신에게 정권교체를 해야 할 책임이 있고,또 해야되는 것이란 당위론적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커다란 인식의 오류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것을 문 전대표는 더민주당에 의한,또 자신에 의한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과 동일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언뜻 똑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화성과 금성 차이만큼 아주 다른 얘기를 뒤섞어버리니 대중들에게 교만하게 비쳐졌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야권내에선 지난 대선의 패인중 하나로 문 전 대표의 권력의지를 지적하는 흐름이 있어왔습니다. 이를 의식한 문 전 대표가 그 반작용으로,권력의지가 강하다는 걸 과시하기 위해 '튀는' 발언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죠.? 문 전 대표는 지난 봄,묻지마 살인 사건이 일어난 강남역을 찾은뒤 트위터에 "다음 생엔 부디 같이 남자로 태어나요"라는 글을 올렸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습니다. '슬프고 미안하다는 뜻으로 이해해달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10번 출구에 운집해있던 그 여성들의 눈빛을 들여다봤다면,그들의 입장에서 한번이라도 생각해봤다면 '다음 생엔 2등 시민인 연약한 여성으로 태어나지 말고 나같은 1등시민인 남자로 태어나자'는 오해를 부를 글을 올리진 않았을 겁니다. 말의 힘을 가볍게 여겼거나 깊은 사유와 성찰없이 나온 경솔한 처사는 의외로 대중의 뇌리에 오래 각인됩니다.?? 이번 '한강' 발언에 네티즌들이 성내는 이유도 그의 사유 체계와 인식의 수준이 대중의 감성과 유리돼 있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입니다. 언론에 노출되는 문 전 대표의 발언을 보면 '물 속 소금'이 아니라 '물 위에 뜬 기름'에 가깝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세력에 편승해 당위성만 강조했지 '왜 문재인으로의 정권교체를 해야 하는지'하는 핵심 알맹이가 결여돼 있습니다.? 사상 최대의 청년실업률,'고용 절벽'에 수출마저 적신호가 켜져 '성장 절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취업이 안되니 언감생심 결혼해서 집 사고 아이 낳는 건 꿈도 못꾸는게 요즘 젊은이들입니다. 전 산업에 걸친 구조조정 여파는 가장의 실직으로 이어지고 나라를 지탱해온 중산층의 붕괴가 시작된지 오랩니다. 나라 밖은 어떻습니까.핵 실전 배치를 코앞에 둔 김정은의 핵 놀음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미·중의 국익 다툼에 새우 신세가 되고 있지만 위기를 타개할 대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테슬라·스페이스X·구글·페이스북·알리바바·샤오미·텐센트 같은 혁신기업들이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꿔놓고 있는데도 세계 50대 혁신기업 중에 한국 기업은 눈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게 대한민국이 놓인 현주소입니다.? 이런 문명사적 대 전환기에 요구되는건,산업화 시대의 정치관과 세계관을 뛰어넘어 새로 도래하는 신문명을 감당할 정치적 감수성과 리더십일 것입니다. 신문명 시대를 이끌어갈 인식과 사유의 전환,그리고 비전과 상상력을 펼쳐 보여야 합니다. 지금 '한강' 운운할 때가 아니란 얘깁니다. 수백명의 교수들을 앞세워 세 과시를 하는 것 역시 진부한 '20세기 언어'에 불과합니다. 당내 요직을 자파 인사들로 채워 기세를 올리고 '국민 성장'을 뇌인다고 해서 표가 모이진 않습니다. 수명을 다한 20세기 언어로는 대중의 감동을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회고록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던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를 기억하실겁니다. 처칠은 2차대전의 암흑기에 총리로 취임했는데, 하원에서의 첫 연설은 심금을 울린 명연설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습니다. 처칠은 거창한 구호나 화려한 약속 대신 "나는 피와 눈물 그리고 땀 밖에 드릴게 없습니다"는 말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줬기 때문입니다.


?? 이번주 중앙SUNDAY는 총알에 뚫리는 방탄복,전투화 없이 운동화를 신고 출동하는 해군 승조원,세탁기가 없어 손빨래를 해야 하는 소방관등 생명의 위험에 노출된 채 일하는 '제복 공무원'들이 처해 있는 '불편한 진실'을 고발합니다. 최근의 해군 링스 헬기 추락사고에서 보듯 제복을 입고 근무하는 현장이 열악한 것은 온갖 비리로 얼룩져 있기 때문입니다. 불과 2년 사이에 3명의 전직 해군참모총장이 방산 비리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게 우리의 현실 아닙니까.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직업 1위가 소방관일 정도로 '제복'이 존중받고 영웅시되고 있는 나라 미국과 하루 하루를 생명의 위험에 노출된 채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차이는 국력과 국격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일하는 '제복 공무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중앙SUNDAY가 현장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 태국을 70년간 통치해온 푸미폰 국왕의 서거로?태국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아들 와찌랄롱꼰에게 왕위가 승계된다고 발표는 했지만 향후 태국 군부와 전 현직 총리등 정치권을 둘러싼 세력 다툼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중앙SUNDAY는 현지에 특파원을 파견해 정신적 지주를 잃은 태국을 현지 취재하는 한편 향후 태국의 앞날에 대한 전망을 전문가 분석을 통해 상세히 전해드립니다.


? 20여일을 남겨두고 있는 미국 대선이 저질 3류 막장 드라마로 전락해버렸습니다. 클린턴-트럼프 진영간 성 추행 폭로전에 정책 대결은 사라지고 정치 혐오를 더하고 있습니다. 이번주 중앙SUNDAY에서는 미국 대선이 사상 최악의 막장 드라마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던 진짜 속사정,바로 미국 유권자 표밭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정치 문명사적 관점에서 심층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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