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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차병원 직원, 2년간 환자 혈액 외부 업체로 빼돌려

중앙일보

입력

분당차병원 직원이 2년간 환자 혈액 샘플 4000여 개를 외부 업체로 빼돌린 사실이 뒤늦게 적발됐다. 보건당국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병원 위생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환자 피는 검사 후 버려야하는데…혈액 빼돌린 분당차병원 직원 뒤늦게 적발

현행법상 혈액ㆍ소변 등 병원에서 검사가 끝낸 검체는 다른 용도로 쓰지 말고 의료용 폐기물로 버려야 한다. 하지만 2014년 9월부터 분당차병원에서 월 200개 분량의 혈액 샘플이 어디론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대부분 염증 수치가 높거나 세균에 감염된 환자의 피였다.

보건당국 조사에 따르면 혈액 샘플은 병원 진단검사의학과 팀장이 수원 소재의 바이오 업체로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팀장과 업체 대표는 학교 선ㆍ후배 사이다. 의료기기·진단용 시약 등을 만드는 이 업체는 빼돌린 혈액을 시험ㆍ연구용으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혈액 샘플을 사용하려면 환자 동의와 병원 심사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아예 무시됐다.

혈액 샘플이 아무런 제지 없이 사라졌지만 병원과 보건당국의 조치는 2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분당차병원은 지난달 초 진단검사의학과 직원의 내부 고발로 이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자체 감사를 거쳐 문제가 된 팀장 등 직원 3명을 파면했다. 병원 관계자는 "검체 폐기는 진단검사의학과 팀장이 최종 책임자라서 빼돌린 사실을 전혀 알지 못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폐기물 관리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다"고 해명했다.

보건복지부도 병원의 내부 조치가 끝난 뒤에야 검체 유출 정황을 인지했다. 분당구보건소가 현장 조사를 진행했고 경찰에 병원ㆍ업체 양측을 수사해달라고 의뢰한 상태다. 개인정보 유출과 금전 거래 여부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발된 팀장은 환자 정보가 적힌 스티커는 아예 제거하거나 펜으로 덧칠한 뒤 금전적 대가 없이 샘플만 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체 측도 환자 정보는 한 건도 취득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폐기물관리법 위반만 적용돼 처벌 수위가 높지 않다. 환자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면 의료법 위반이 될 수 있지만 수사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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