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엄마 아니다"는 말에 딸 굶기고 학대한 포천 양부모에 살인죄 적용

중앙일보

입력

 
양부모의 학대로 숨지고 시신까지 불에 태워진 6살 여자아이는 양부모 등에게 잔혹한 학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매일 밤 테이프로 딸의 손과 발을 묶어 잠을 재우고 지난 추석에도 아이를 베란다에 가두고 물과 음식도 주지않았다. 경찰은 이들의 학대로 A양(6)이 숨진 것으로 보고 이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하기로 했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11일 아동학대치사혐의로 구속된 양아버지 주모(47)씨와 양어머니 김모(30)씨, 이들과 함께 거주한 임모(19·여)씨에게 살인 및 사체손괴 혐의를 적용해 12일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오후 11시쯤 포천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A양의 온몸을 투명테이프로 묶고 17시간 방치해 다음날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4시쯤 숨진 A양의 시신을 인근 야산으로 옮겨 불에 태워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2014년 9월 A양을 입양한 주씨 부부는 2개월만인 그해 11월부터 A양을 입양한 사실을 후회했다.

김씨는 "2014년 11월 딸이 이웃 주민에게 '친엄마가 아니다'라고 말해 입양을 후회했다"며 "가정불화까지 겹치면서 딸을 학대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A양이 숨지기 2개월 전부터는 식사량을 줄였고 매일 밤 테이프로 손과 발을 묶은채 잠을 재웠다.

지난달 추석 연휴는 고향에 가면서 3일간 A양을 작은방 베란다에 묶어놓고 물과 음식도 주지않았다. 이런 학대로 A양은 숨지기 전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상태였다고 한다. 임씨의 남자친구도 "뼈가 보일 정도로 A양이 말랐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A양이 숨지자 처벌을 받을 것이 두려워 포천의 야산에서 딸의 시신을 불태운 뒤 유골을 부숴 돌로 덮었다.

다음날에는 인천 소래포구 축제장으로 이동해 "딸을 잃어버렸다"고 허위로 실종 신고를 했다. 그러나 폐쇄회로 TV(CCTV)를 확인한 경찰이 처음부터 A양이 동행하지 않은 사실을 의심, 추궁하면서 들통났다.

경찰은 이들의 범행에 살인의 고의성이 있다고 봤다. 이들은 경찰에서 "딸의 몸이 쇠약한 상태라 계속 학대 할 경우 사망할 것을 예상하면서도 학대했다"며 "아이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을때도 119에 신고하거나 병원에 데려가면 아동학대 사실이 발각될 것 같아서 고의로 방치했다"고 진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건 발생 무렵 최저 기온이 영상 14도까지 떨어진 포천 지역 날씨를 고려할 때 어린이가 기아 상태로 17시간을 묶여 있으면 저체온증이나 질식으로 숨질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제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울산 계모 학대사건, 고성 아동 암매장 사건 등의 판례에서도 병원 치료나 구호 조치를 않지 않은 경우에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한 사례가 있어 살인죄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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