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66일된 딸 굶긴 엄마 "지난달 아이가 바닥에 떨어진 뒤 분유 안먹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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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66일 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부부가 지난달 딸을 바닥에 떨어뜨린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부부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계속 방치했다.

인천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 수사계는 11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아버지 A씨(25)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어머니 B씨(20)는 홀로 남은 아들(2)의 양육을 고려해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인천시 남구에 있는 자신들의 집에서 올해 8월 태어난 딸 C양이 영양실조와 감기를 앓는데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양은 지난 9일 오전 11시 39분쯤 숨졌다.

A씨는 사건 당일 오전 7시 40분쯤 딸에게 분유를 먹이려고 젖병을 입에 물렸다. 그러나 C양이 숨을 헐떡이며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도 3시간 넘게 딸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다 체온까지 떨어지자 119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지난달 중순 서서 분유를 타던 중 한 손에 안고 있던 딸을 바닥에 떨어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C양은 분유를 먹지 않고 토하는 등 이상증세를 보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에서도 C양에게서 두개골 골절과 두피 출혈 등이 확인됐다.
B씨는 "첫째는 모유를 먹였는데 너무 힘들어서 둘째는 처음부터 분유를 먹였다"며 "아이가 바닥에 떨어진 날 1~2시간이 지난 뒤 괜찮은 것 같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C양은 3.06㎏의 정상 체중으로 태어났으나 이후 분유를 잘 먹지 못해 심한 영양실조에 걸렸고 사망 당시엔 몸무게가 1.98㎏였다. 또래(6~7㎏) 몸무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2014년 2월 혼인신고를 한 이들 부부는 출산 후 C양을 한 번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예방접종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딸이 숨지기 이틀 전인 지난 7일 낮 12시쯤 집 인근 보건소를 찾았다. 그동안 미뤄온 결핵(BCG) 무료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점심시간인데다 오전에만 접종이 가능해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부부는 "월요일에 다시 보건소에 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부가 '돈이 없어서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외식을 하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먹기도 한 만큼 진짜 생활고로 딸을 방치한 것인지 조사하고 있다"며 "보건소를 찾아간 것도 사실인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12일 오후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후 B씨가 돌보던 C양의 오빠를 아동복지시설로 옮겼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조사한 결과 아들에게서 학대 정황이 발견되진 않았다. 하지만 B씨가 이번 사건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데다 감기몸살과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몸 상태가 좋지않은 만큼 아이를 제대로 양육하기 어렵다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봤다.

B씨도 "정신·신체적 치료를 받아 건강해지면 아들을 다시 양육하겠다"고 동의했다고 한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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