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내일 타격 1위? 아무도 몰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홈런이 야구의 꽃이라면 안타는 팝콘이다. 홈런왕의 한방은 팬들의 속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그러나 당겨치고 밀어쳐서 그라운드의 빈 자리에 타구를 떨구는 타격왕의 안타는 바닥에 흩뿌려진 하얀 팝콘처럼 잔재미를 준다.

메이저리그 속담에 '홈런왕은 캐딜락(고급차)을 타고, 타격왕은 셰비(보통차)를 몬다'는 말로 타격왕을 한 수 아래로 보지만 타격왕은 '천재'라는 말로 보상받는다.

현재 이승엽(삼성)-심정수(현대)의 불타는 홈런 레이스에 못지않게 타격 삼파전도 뜨겁다.

28일 현재 정성훈(23.현대.0.356)이 1위, 김동주(27.두산.0.353)가 2위, 이진영(23.SK.0.352)이 3위다. 1위와 3위의 차이는 고작 0.004다.

올스타 휴식기 직전부터 이들 세명은 하루가 멀다 하고 타격 1위 자리를 번갈아 차지하고 있다. 세 선수의 타격왕 각축전을 '일장하몽(一場夏夢)'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좁혀진 타율과는 달리 세 선수의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정성훈이 빠른 배트 스피드와 정교한 선구안으로 골라 치는 스타일이라면 김동주는 다양한 경험으로 투수와의 수읽기에서 앞선다. 현재 최다안타 1위(1백14개)에 올라 있는 이진영은 빠른 발을 가진 좌타자라는 점을 1백% 활용한다.

타격왕을 정조준하고 있는 정성훈에게 유리한 점은 심정수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다는 것이다. 상대 투수들이 거포 심정수를 피하다 보면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어 정성훈으로서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김동주에겐 오히려 팀내에 이렇다 할 강타자가 없다는 것이 타율 관리에 유리한 측면이다. 현재 사사구 57개로 이 부문 3위다. 그만큼 상대 투수들이 승부를 꺼리기 때문에 걸어나가는 경우가 많고, 타율은 그대로 보존된다.

이진영의 강점은 올시즌 21개에 이르는 내야안타다. 전체 안타의 약 20%다. 홈구장인 문학구장은 천연잔디가 내야에 깔려 번트안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좋은 조건이다.

구경백 경인방송 해설위원은 "부상이 적고, 좌타자라는 점에서 이진영이 제일 유리하다. 그러나 막판 치열한 순위경쟁을 치러야 하는 상위권 팀의 두 선수보다 상대적으로 팀 성적에 부담이 적은 김동주가 만만치 않은 뚝심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