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 전설' 유남규vs현정화, 첫 지략 대결…승자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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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규(48·삼성생명 감독)과 현정화(47·렛츠런 감독)

'한국 탁구 전설' 유남규(48) 삼성생명 감독과 현정화(47) 렛츠런 감독이 한 테이블에서 지략 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유남규 감독의 진땀승이었다.

대구 대표로 나선 삼성생명 여자탁구단은 10일 충남 아산 호서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제97회 전국체육대회 탁구 여자 일반부 단체전 준준결승전에서 부산 대표로 출전한 렛츠런 탁구단을 게임 스코어 3-2로 힘겹게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지난 2월 삼성생명 감독직에 올라 여자 탁구팀을 처음 맡은 유 감독은 첫 전국체전 우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현역 시절 강하면서도 끈질긴 탁구를 구사했던 둘의 스타일이 선수들에게 그대로 묻어났던 한판이었다. 이날 경기는 3시간50분 가량 진행될 정도로 땀나는 승부가 펼쳐졌다. 1단식, 2단식, 3복식은 모두 풀세트 접전이 펼쳐졌다. 1단식에선 삼성생명 신예 최효주가 렛츠런의 베테랑 박영숙을 3-2로 누르자 2단식에선 이번 전국체전 개인전 금메달을 딴 렛츠런의 서효원이 삼성생명의 정유미를 3-2로 제압했다. 3복식에선 삼성생명의 최효주-정유미 조가 렛츠런의 박영숙-김민희 조를 3-2로 승리해 삼성생명이 게임스코어 2-1로 한발 앞서갔다.

그러나 4단식에서 렛츠런의 김민희가 삼성생명의 조유진을 3-1로 누르면서 게임 스코어는 2-2 원점을 이뤘다. 운명의 5세트. 올해 실업 1년차인 삼성생명 신예 박세리가 이현주를 3-1로 제압하면서 기나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 유 감독은 "힘들었다.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다"면서 한숨을 돌렸다.

1990년대까지 한국 탁구를 이끈 두 남녀 주축은 한 테이블에서 처음 단체전 지략 대결을 펼쳤다. 그동안 유 감독이 남자팀 위주로만 팀을 이끌다 올해 초 삼성생명 여자팀을 맡으면서 단체전 대결을 두고 관심이 쏠렸다. 유 감독은 "안 지고 싶었다. 자존심 싸움을 떠나서 선수들에게 '벤치를 믿고 뛰라'며 자신감을 심어줬다. 벤치에서 계속 얘기하면서 내가 직접 경기한다고 생각하고 선수들도 따라할 수 있게끔 했다"고 말했다. 현 감독은 "(유 감독과) 서로 잘 아니까 머리 싸움도 치열했다. 게임이라는 게 흐름이 있는데 복식을 이기지 못한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둘은 앞으로도 각종 대회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기회를 잡았다. 이번엔 꼭 전국체전 단체전 우승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던 유 감독은 "언제든지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고 말했다. 현 감독도 "아쉽지만 괜찮다. 다음 번에 다시 붙으면 안 질 것 같다"고 다짐했다.

아산=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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