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대작’ 조영남 첫 공판…“난 사기 치는 사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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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씨가 2011년 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 작업실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나는 사기 치는 사람이 아니다.”

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71)씨가 검찰이 주장한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오윤경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이 끝난 뒤 조씨는 “사기를 쳤거나 치려고 마음먹은 적이 없다”며 “외국에서는 조수를 많이 쓰기 때문에 인터뷰에서 그게 관례라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이어 “(재판에서) 곧 사기를 쳤는지 여부에 대해 가려질 것”이라며 “국내 작가 중에 조수 안 쓰고 묵묵히 창작하는 화가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조씨 측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미술에서 조수를 쓰거나 조수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일일이 그림을 사는 사람에게 알릴 의무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구매자를) 속이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 측은 또 “검찰에서는 처음에 덧칠 등을 (조수가) 90% 했다고 했는데 몇 %를 그렸는지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며 “모든 작품의 아이디어는 조씨가 낸 것”이라고도 말했다.

조씨는 2011년 9월~2015년 1월 대작화가 송모(61)씨와 A씨에게 주문한 그림에 약간 덧칠을 해 자신의 서명을 한 뒤 총 17명에게 그림 21점을 팔아 1억5350여 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 6월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지난 4월 강원 속초에서 무명화가로 활동하는 송씨로부터 “8년 동안 조씨에게 그림 300여점을 그려줬다”는 제보를 받아 수사에 나섰다. 검찰 조사 결과 송씨는 200점 이상, A씨는 29점의 완성작을 조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씨는 이들로부터 그림 1점을 10만원 상당에 사들이고서 갤러리에서 30만~50만원에 판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조씨가 송씨 등에게 그림을 주문하고 이들로부터 완성된 그림을 받았음에도 평소 방송이나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린다고 한 점 등을 토대로 사기죄를 적용했다.

이 재판은 원래 춘천지법 속초지원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조씨 측이 재판관할권 이송 신청을 했고 법원이 받아들여 서울중앙지법으로 재판이 옮겨졌다. 조씨 등에 대한 다음 재판은 11월2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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