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벅스뮤직'과 음반사들 왜 다투나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벅스뮤직(www.bugsmusic.co.kr)은 아마 틴틴 여러분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사이트일 겁니다. 접속하면 많은 음악을 공짜로 들을 수 있죠.

벅스뮤직이 요즘 난리입니다. 음반사들이 "우리가 애써 만든 음악을 허락도 없이 쓴다"면서 고발하고, 벅스뮤직에 대해선 "곡을 이용하려면 돈을 많이 내라"고 하고 있어요.

벅스뮤직 때문에 CD가 안 팔려 크게 손해를 봤다는 것이지요.

실제 음반사들은 자기들이 CD 등으로 낸 곡을 다른 사람이 함부로 못 쓰게 할 권리가 있습니다. 자신들이 작곡자.작사자.가수한테 투자해서 만든 것이니까요. 그래서 방송사도 가요 프로그램 등을 통해 노래를 내보내면 음반사에 돈을 줍니다.

그런데 음반사들이 그저 자기들의 권리를 찾고자 벅스뮤직을 고발도 하고, 음악 사용 대가를 요구하는 것일까요.

인터넷 음악시장에 음반사들이 직접 진출해 돈을 벌려는 궁리를 할 수도 있어요.

앞으로는 대부분이 인터넷을 이용해 음악을 듣고, CD를 사는 사람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은 음반사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결국 인터넷 음악 서비스를, 그것도 벅스뮤직처럼 무료가 아니라 유료 서비스를 해야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대형 음반사들은 최근 줄줄이 유료 음악 서비스 사이트를 열고 있습니다. YBM서울음반의 '위즈맥스(www.wizcat.co.kr)'와 예당엔터테인먼트의 '클릭박스(www.clickbox.co.kr)'는 지난달에 문을 열었고, SM엔터테인먼트의 '아이라이크팝(www.ilikepop.com)은 시범 서비스 중입니다. 돈 벌 준비를 착착 해가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회원이 1천4백만명이나 되고 공짜 서비스를 하는 벅스뮤직 같은 곳이 있으면 경쟁이 되겠습니까. 그래서 벅스뮤직을 고발도 하고, "음악을 쓰고 싶으면 큰 돈을 내라"고 하는 것입니다.

큰 돈을 내려면 벅스뮤직이 유료화해야 할 텐데, 그러면 회원이 확 줄게 됩니다. 그래야 최근 문을 연 음반사의 유료 음악 사이트들이 벅스뮤직과 경쟁할 수 있게 되는 거지요.

맥스Mp3나 아이뮤페처럼 지난 1일 유료화한 인터넷 음악 서비스 업체 10곳은 한달이 지난 지금, 회원들이 5%밖에 안 남았다고 합니다. 월 3천원에 무제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했는데도요. 사이트별 방문자 수 등을 살펴보면, 무료인 벅스뮤직으로 옮겨간 것 같습니다.

대체로 음반사들은 "음악 사이트들이 노래를 사용토록 하는 대신, 매출의 20% 정도를 받아 우리끼리 적절히 나눠 갖자"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SM엔터테인먼트 등 틴틴 여러분이 좋아하는 가수들이 많이 소속된 대형 음반사들은 "20%는 너무 적고, 40%를 음악 이용 대가로 달라"고 합니다.

음악 사이트들은 이에 대해 "40%란 사실상 자신들의 노래는 쓸 생각을 말라는 것"이라고 합니다. 높은 값을 불러 다른 업체는 이용을 못 하게 하고, 자신들이 막 문을 연 홈페이지에서만 그 노래를 들을 수 있게 하면 자기네 사이트가 인기를 끌 테니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벅스뮤직이 틴틴 여러분께 인기이다 보니, 요즘의 상황에 대해 여러분들도 인터넷 게시판에 많은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대체로 벅스뮤직 편이 많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생각해야 할 점은 있습니다.

벅스뮤직은 "정부 방침에 따라 음악 이용 대가로 회원당 월 5백원을 내면, 회원이 1천4백만명인 우리는 연간 8백40억원을 내야 한다"며 "지난해 매출이 1백억원인 우리에게 당치 않은 요구"라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음반사들은 "처음부터 정당한 음악 이용 대가를 치를 생각 없이, 음악을 공짜로 마구 뿌리기에 회원이 1천4백만명인데도 매출은 1백억원뿐인 것"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노래를 제값 주고 사서 걸맞게 사업을 해야지, 자기 사업 매출이 적으니 노래 빌려 쓴 값도 제대로 주지 않겠다는 것은 앞뒤가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벅스뮤직은 음악 이용대가 요구가 방송사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많다고도 합니다. 지난해 KBS는 매출의 0.0255%를 대가로 냈는데, 인터넷 음악 사이트에는 20%를 요구한다는 거지요.

그러나 시간을 놓치면 듣지 못하는 방송과, 언제 어느 때든 접속해 몇번이고 음악을 되풀이해 들을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둘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음반사들도 이중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방송사의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서도 가요 프로그램을 아무 때나 내려받아 여러 번 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강하게 대처하지 않으면서 인터넷 업체들에는 목소리를 높이는 거지요.

음반사들의 고발로 벅스뮤직은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게 됐습니다. 사실 인터넷에 관해서는 음악 이용대가 등에 대해 명확한 법 규정이 아직 없으므로 판사님도 네티즌의 권리와 음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두루 생각해 판단하실 겁니다. 여러분은 어떤 결정을 바라시나요.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