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스탠드 여성관중 "넘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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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쾌청한 일요일이었던 지난 28일의 서울 잠실체육관 주변은 엄청난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하오2시부터는 수영장에서 수구리그전이, 하오4시30분부터는 체육관에서 한국과 필리핀 남자농구전이, 하오5시부터는 학생체육관에서 복싱전이 열리는 때문. 그 인파중에는 여성들의 숫자가, 특히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동반 관람객의 숫자가 두드러지게 많아 눈길을 모았다.
농구경기가 시작되기 10분전, 체육관앞에서 만난 주부 신옥수씨 (35·마포구염리동진주아파트)는 남편과 국민학교 1학년인 아들,5살짜리 딸과 함께 농구구경을 온 케이스. 그는 운동경기 관전경력 20년에 가까운 프로 구경꾼 (?) 이었다.
『여고시절부터 농구·야구·배구경기 구경을 좋아했어요. 남편과 아들아이도 나못지않게 운동경기 관전을 즐기니까 자연 주말 가족나들이는 운동경기장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운동경기 구경은 시소가 계속되는 게임인 경우는 아슬아슬한 스릴, 통쾌하게 응원한 편이 이긴 경우는 10년 체증이 내려가는듯한 후련함에 매력이 있다는것.
한국과 필리핀과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가 계속되는 동안 열렬히 「이충희」를 외치며 한국팀을 응원하던 강성은씨(67·도봉구수유동)는 노령에도 불구하고 최근 4, 5년전부터 집근처 신일 고등학교의 농구팀 연습을 구경하다 농구경기에 재미를 붙인 케이스. 이제는 경기 규칙도 대부분 안다고 자랑.
남동생부부,3살짜리 손녀딸, 조카들과 함께 구경을 왔다는 강할머니는 때로는 동네할머니 4, 5명이 함께 경기장을 찾기도 한다고.
어린아이들 사이에 최근4, 5년전부터 불기 시작한 스포츠열풍으로 자녀들의 성화에 못이겨 운동경기장을 찾는 경우 또한 적지않다. 이는 열렬한 소녀팬들외에 중년층 관객이 최근 크게 는 원인의 하나이기도 하다.
『주말이면 TV운동경기에만 매달리는 남편과 아들과의 입씨름에 지쳐 우연히 중계를 보다 운동선수의 얼굴을 익히고 경기룰도 알게되어 야구관전에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는 것은 주부 서순애씨(42·관악구상도동)의 얘기.
그는 자신이 운동경기중계를 즐기게 된후부터 남편과 아들아이와의 대화의 폭이 넓어졌다고 즐거워한다. 또한 운동경기를 보면서 인고끝에 오는 승리, 페어플레이의 스포츠정신을 실감할수 있어 어린이들에게 교육적인 의미도 큰것 같다고 얘기한다.
자원봉사자로 서울아시안게임이 시작된 21일부터 잠실체육관 앞에서 안내역을 맡고있는 이덕균씨(59·동작구사회정화위원)는 『수영 첫경기가 열렸던 23일이후 도시락까지 싸들고오는 가족동반 관람객이 부쩍 늘었다』면서 『운동경기장이 가족나들이장화 한것 같다』고 얘기한다.
사실상 그동안 프로야구팀이 생긴 81년이후 부쩍 많아진 프로와 일반 야구·축구·배구·농구팀들이 관객유치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여성 팬 무료서비스데이」 「연인의 날」 등을 제정, 여성관객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이렇게 운동경기의 여성관객이 는 것을 체육관계자들은 크게 기뻐한다. 한국 사회체육 센터 한량순이사장은 『우리모두의 체육운동 또는 체육인구의 저변확대에 밝은 전망을 주는 현상』 이라고 풀이하면서 『어머니들은 관람과 함께 자신도 운동을 하고, 페어플레이정신을 자녀들에게도 가르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고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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