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환경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재해 대책 세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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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제18호 태풍 ‘차바’가 제주도와 남부지방을 강타했다. 안타까운 사망·실종자가 10명이나 발생한 것은 물론 울산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산업시설과 상가·농경지 곳곳에서 강풍과 폭우 피해가 발생했다.

 주목되는 점은 차바가 이례적인 가을 태풍이라는 점이다. 최근 15년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45건의 태풍은 대부분 7~8월 여름에 집중됐으며 10월 태풍은 3건에 불과하다. 차바는 가을 태풍의 무서움을 그대로 보여줬다. 제주도에는 하늘이 뚫린 듯 이틀간 660㎜의 물폭탄이 쏟아졌고 초속 56.5m의 기록적인 강풍이 불었다. 울산은 시간당 100㎜의 집중호우로 태화강이 범람했다.

 전문가들은 가을이 되면 대기는 차가워지지만 해수면은 여전히 따뜻하기 때문에 이런 불안정성으로 인해 매서운 태풍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이러한 가을 태풍이 앞으로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태풍은 해수 온도가 높아야 발생하는데 현재 전 세계 해수 온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향후 가을 태풍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가 새롭게 대비해야 할 재난 과제다.

 지구온난화가 태풍의 방향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차바는 원래 제주도 먼 남쪽 바다를 지나 일본 규슈 쪽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보됐지만 실제로는 제주도를 거쳐 남해안으로 북상했다. 태풍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는데 지금쯤 남쪽으로 내려갔어야 할 고기압이 지난여름 이상폭염 등에 따른 온도 상승으로 제주도까지 확장됐기 때문이다.

   결국 지구온난화에 따라 태풍의 발생 시기와 이동 경로가 변하고 있는데 기상청이 이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가 허를 찔린 셈이다. 각 지자체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채 재난을 당해야 했다.

 정부는 당장 차바의 피해 수습과 함께 가을 태풍에 대한 대비책도 가다듬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지구온난화라는 새로운 환경 요인에 걸맞게 진일보한 재난 예보 시스템과 대비책을 마련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