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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없게 정확한 발표지시 노총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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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각당 움직임>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온 9·14 김포폭발사건에 대처하는 정부와 정계의 움직임이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부산하게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사건직후 곧 긴급대책회의를 가진데 이어 15일에도 각종 대책회의를 잇달아 열었으며 각 정당도 긴급당직자회의·대책회의를 연달아 열고 있다.
○…노신영 국무총리가 14일 하오 김포공항 사고현장을 둘러보고 돌아온 후 저녁7시에 소집한 정부의 긴급대책회의는 사건배경·사상자대책·수사문제·발표사항·아시안 게임 운영 등을 협의한 후 8시20쯤 끝났다.
최광수 외무·김종호 내무·김성기 법무·이기백 국방·손제석 문교·이세기 체육·차규헌 교통장관, 박세직 올림픽조직위원장·강민창 치안본부장 등이 참석한 이날 회의는 사건에 나타난 수법이나 범행시기로 보아 북괴나 또는 그들의 사주를 받은 분자들의 소행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매우 침통한 분위기였다는 후문.
하오8시20분쯤 회의가 끝나 노총리가 삼청동공관으로 돌아간 후에도 참석자들은 회의장에서 저녁을 들면서 대책을 계속 숙의.
회의 후 정부는 이날 밤 강치안본부장을 통해 사건을 국민들에게 발표토록 했는데 이에 앞서 노총리등 정부고위당국자의 대국민 발표 또는 성명도 검토했으나 충격 등을 고려해 실무책임자 수준으로 결정했다고.
○…노신영 국무총리는 이날하오 4시45분쯤 김포공항에 도착, 약1시간동안 사고현장을 둘러보고 조속한 사후조치를 지시.
노총리는 현장에 달려와 있던 이세기 체육·차규헌 교통장관, 강우혁 청와대정무 제2수석비서관·이영창 시경국장 등에게 국민들과 아시안게임의 각국선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조속한 수습방안을 강구하고 현장복구에 신속을 기하라고 지시.
노총리는 특히 국민동요와 불안해소를 위해 책임당국자가 정확한 내용을 빨리 발표하라고 말했다.
이날 노총리는 교외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하오3시20분 찻속에서 카폰으로 비서관으로부터 사건발생 보고를 받고 김포공항으로 직행.
○…외무부는 14일 밤9시 최광수 장관주재로 오재희 차관·박수길 제1차관보·신두병 정보문화국장 등 관계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간부회의를 열고 우선 재외공관에 사건진상과 정부의 대처방안 등을 알리는 긴급훈령을 발송.
외무부는 이 훈령에서 특히 아시안게임 일정에는 아무런 차질이 없을 뿐 아니라 이미 입국한 선수단은 물론 김포공항과 선수촌에는 일체의 이상이 없음을 강조, 사건의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지시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언.
외무부는 또 특히 아시안게임 참가국들이 이 사건에 동요되지 않도록 전 외교채널을 통해 총력을 기울이기로 하는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한 각국의 반응에 따라 다시 긴급대책 등을 수립키로 했다.
○…당직개편 후 15일 처음으로 열린 민정당중앙집행위는 김포공항 폭발사건에 대한 정치권의 대책을 논의.
회의에서 조기상·곽정출의원은 『이번 사건으로 국민들은 아시안게임이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마저 갖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한 비상하고도 단호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
노태우 대표위원은 『어떤 이유의 어떤 폭력도 정당화 될 수 없으며, 어떤 폭력도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
민정당은 14일 저녁에도 긴급대책회의를 가졌는데 심명보 대변인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번 기회에 폭력을 발본키로 했다』고 결과를 설명.
다수의원들은 이번 사건이 아시안게임 기간 중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던 사태의 첫번째이며 이 같은 사건발생에 대해 당정간에 이미 세워놓았던 대비책을 전면 재검토할 단계는 아직 아닌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전망.
채문식 국회헌특위원장은 『정국불안요인의 배제가 선결문제이므로 국회헌특의 정상화도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
윤길중의원은 『반체제·반국가를 두둔 또는 간접적으로 격려하는 것은 국가의 큰 불행이 될 것이며 서구의 공산당이나 사회당이 의회주의 내에서의 변혁이라는 노선전환을 한 것을 유의해야 할 것』이라며 『정국경화를 막기 위해서도 야당은 대오각성 해야하며 여야고위지도자들이 만나 나라를 걱정하는 진지하고 적극적인 자세에서 시국을 타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고 피력.
최영철 국회부의장도『여야는 정치휴전과 강경한 학생들에 대한 자제요청을 함께 하고 아시안게임의 성공적 수행에 협조하자는 약속을 거듭 다짐하고 그런 측면에서 여야대표회동도 고려해봄직하다』는 견해.
○…지난 12일부터 3일 동안 경북지역의 5개 지구당 단합대회를 마치고 상경한 신민당지도부는 숨돌릴 겨를도 없이 15일 상오 긴급정무회의를 열고 김포공항폭발물사건에 따른 당차원에서의 대책을 논의.
이민우총재는 14일 영주지구당(홍사덕대변인)단합대회에 참석하고 수안보온천에서 1박 한후, 이날 정무회의 시간에 맞춰 상경했는데 『외국선수들이 이미 입국을 시작했고 당국도 몇배 경비를 강화하고 있는 중에 이 같은 사건이나 매우 놀랍고 유감스럽다』고 논평.
이총재는 회의에서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랭군사태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 하니 간첩 등의 소행이 분명한 것 같다』면서 『범인을 빨리 체포해 우리국민들 뿐 아니라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외국인들도 안심시켜주는 일이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지적.
회의에 앞서 당중진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그렇게 떠들썩하게 대회를 치르며 대학휴업·학생격리·검문검색강화 등 평소보다 몇배의 치안력을 동원하고서도 결국 이 같은 결과를 빚게 하다니 어처구니없다』고 비판.
김영삼씨는 또 『이번 사건을 경륜을 가지고 대처하지 않고 정권차원서 요리하려하다간 일이 자꾸 꼬여갈 것』이라며 금후 정부·여당의 경성대처가능성을 경고.
한편 김대중씨는『백주에 이런 테러가 일어나도록 경비에 만전을 기하지 못한 경찰의 책임이 크다』고 전제, 『그러나 어떤 이유로도 테러리즘은 정당화 될 수 없다』고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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