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이후 초속 57m 최강…“10월 태풍, 지구온난화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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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호 태풍 ‘차바(CHABA)’가 5일 제주도와 남해안을 할퀴고 동해로 빠져나갔다. 10월에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으로는 2013년 태풍 다나스 이후 3년 만이다. 태풍 다나스는 한반도에 직접 상륙하지 않아 피해가 크지 않았다. 반면 차바는 많은 비와 함께 역대급 강풍을 몰고 왔다. 태풍이 한반도(남한 지역)에 직접 상륙한 것은 2012년 9월 태풍 산바 이후 4년 만이다.

태풍 얼마나 셌고 왜 강했나
제주 산간 시간당 174㎜ 등 폭우
부산·창원 만조시간 겹쳐 피해 커
10년에 1개 영향 미치던 10월 태풍
남쪽 바다 수온 높아 세력 강해져
육지로 북상할수록 최대 강도 보여

문일주 제주대 해양산업경찰학과 교수는 “10월에 한반도에 이처럼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태풍이 접근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제주도 남쪽 바닷물 수온이 26도 이상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따뜻한 구로시오 해류를 따라 북상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차바는 5일 새벽 제주도를 지날 무렵에도 강한 소형 태풍의 세력을 유지했고, 태풍의 중심기압은 955헥토파스칼(hPa), 최대풍속은 시속 144㎞(초속 40m)에 이르렀다.

10월 태풍의 출현은 기후변화, 지구온난화의 전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태풍의 일생 동안 최대 강도를 나타내는 지점(Life Time Intensity)이 갈수록 북쪽으로, 육지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학자들 사이에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10월에 강한 태풍이 왔다는 것은 이러한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태풍은 일본에 중심을 둔 북태평양고기압 탓에 한반도로 접근했다. 태풍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는데 10월에도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유지되는 바람에 일본 쪽으로 꺾이지 않고 한반도로 북상한 것이다.

차바가 남긴 기록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5일 새벽 제주도 현경면 고산리에서 측정된 순간 최대풍속이다. 이곳에서 기록된 초속 56.5m는 2003년 9월 태풍 매미 당시 초속 60m, 2002년 8월 태풍 루사 때 56.7m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강한 바람이다. 초속 56.5m의 바람은 바람의 세기를 구분하는 뷰퍼트 풍력계급표(Beaufort wind scale)에서도 최고 등급인 12등급(싹쓸바람, 초속 32.7m 이상)에 해당하는 강풍이다. 큰 나무가 쓰러지고 웬만한 물건은 다 날리는 것은 물론 건축물까지 피해를 보는 수준이다. 남해안 여수·통영·거제 등지에서도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40m를 넘었다.

차바는 많은 비도 몰고 왔다. 이날 하루 제주도 한라산 윗세오름에는 592.5㎜, 울산 울주군 319㎜, 경남 양산 277.5㎜의 폭우가 쏟아졌다. 특히 윗세오름의 경우 이날 새벽 시간당 173.5㎜의 강한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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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과 창원(마산) 등에선 태풍 상륙시간과 만조시간이 겹치면서 침수 피해가 커졌다. 북서태평양에서는 1년에 평균 25개 정도의 태풍이 발생하고, 이 중 3개 정도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10월에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연평균 0.1개, 즉 10년에 1개 정도 영향을 주는 꼴이다. 실제로 1904~2010년 사이 한반도에 영향을 준 327개의 태풍 중 10월에 온 것은 8개뿐이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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