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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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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제행사를 앞두고 행여 우려했던 사건이 김포공항에서 발생했다.
외국에서나 흔히 볼 수 있었던 끔찍한 폭발물 참사가, 그것도 아시안게임을 불과 며칠 앞두고 국제공항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여간 충격적인 일이 아니다.
다행히 아시안게임 참가선수 등 많은 승객들이 미처 출구로 나오기 전에 이런 일이 일어나 이들의 참사는 모면했으나 많은 희생자를 낸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조사가 진행중이어서 사건의 성격이나 범행목적을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아시안게임을 겨냥한 계획적인 범행임엔 틀림없다.
우선 범행 장소가 외국선수들을 비롯해 내·외국인의 출입이 잦은 공항을 택했고 특정인이 아닌 많은 사람들의 살상을 노렸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더구나 범행에 사용된 폭탄은 시중에서 쉽게 구득하기 어렵고 이를 조제한다고 해도 웬만한 기술이 없이는 불가능하리라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범행은 한국이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상을 세계에 주고 국제행사 참가국들의 발길을 사전에 주저하게 하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바로 그런 입장에 있는 집단으로 얼른 떠오르는 것은 북괴밖에 없다. 북괴는 이미 랭군 참사 등으로 악명 높은 전과를 갖고 있다.
김포공항에는 평소에도 공항경비만을 전담하는 경찰이 배치되어 있는 외에도 밀수와 국제테러범죄에 대비, 정보를 탐지하는 수사·정보요원들이 상주하고 있다.
경찰은 그 동안 청사 구석구석까지 폭발물 수색탐지 작업을 벌였으나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자동판매기 옆에 놓인 쓰레기통만은 자주 비우고 있어 경계를 게을리 했던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천려일실이라 하겠으나 이를 뒤집어 살펴보면 이번 범행이 얼마나 치밀하고 교묘했던가를 알 수 있다.
24시간 삼엄한 경비가 펼쳐져 있고 정·사복 요원들의 감시의 눈이 사방에서 번뜩이고 내·외출입객들이 그토록 많은데 폭발물을 장치했다는 것은 범상한 법행이 아님을 말해준다. 공항사정을 훤하게 알고 있지 않으면 시한폭탄을 마련할 수 없고 웬만큼 대담하지 않고서는 감히 엄두를 내기 힘든 범행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수사는 보다 폭을 넓혀 여러 갈래의 가능성을 두고 다각도로 진행했으면 한다.
이번 사건이 간첩이나 불순분자의 소행이고 아시안게임 방해공작이 틀림없다면 제2, 제3의 유사한 범행도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경찰은 수사력을 총동원해 범인색출에 임해야하고 제2의 사고방지에 경계를 보다 철저히 해야할 것이다.
수사가 지지부진하거나 선수들의 신변안전이 확고하게 보장되지 않으면 민심이 어수선해지고 국제행사도 적지 않게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불안을 가라 앉히고 아시안게임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사태수습을 서둘고, 국민도 뜻을 모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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