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북제재안 ‘원유 봉쇄’는 빠질듯…미국, 중국과 논의 때 요구 않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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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 정부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의 대북제재안에 ‘북한에 대한 원유 봉쇄’ 항목을 중국 측에 요구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굳혔다고 양국의 외교 소식통이 1일 전했다.

북 6차 핵실험 등 도발 상황 염두
나중에 쓸 카드로 남겨두려는 의도

지난 3월 4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제재안에 포함됐던 ‘민생 목적을 제외한 석탄의 수출 금지’에서 예외조항을 없애고,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철저한 조치를 촉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되 ‘원유 봉쇄’는 논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미 정부가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많이 격앙돼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중국과의 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갈 생각도 없다”며 “북한 문제는 이것(5차 핵실험 제재)으로 끝날 성질의 것이 아니며 언제 6차 핵실험이 있을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로선 이른바 대북제재의 전가의 보도인 원유 봉쇄를 섣불리 중국에 요구할 경우 미·중 관계가 극도로 악화될 수 있고, 미국에 실제 위협이 되는 시점에 이 카드를 활용할 생각임을 시사한 것이다.

다른 외교 소식통도 “오바마 정권 임기 4개월을 남긴 미국으로선 (원유 봉쇄가 빠진) 유엔제재안에 중국이 얼마나 적극 협조하는가 지켜보면서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관·개인 제재) 등 미국 단독의 제재 수위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 고도화를 진행하며 점차 협상력을 높여가는 만큼 미국도 국제금융망 접근 봉쇄와 대북 거래 중국 기업 추가 조사 등의 경고 카드를 통해 압박 수위는 높이되 ‘전략적 인내’를 내걸었던 오바마 8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의 방향성과 전혀 다른 강경책을 임기 4개월을 남기고 쓰기엔 한계가 많다는 설명이다.

북한의 핵 개발에 연루된 중국의 랴오닝훙샹그룹의 처리를 놓고도 미국과 중국 간에 긴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식통은 “지난달 19일 유엔총회에서 만난 오바마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회담 후 ‘북한에 대한 사법채널을 통해 활발한 협력을 한다’는 발표문을 내놓은 것은 훙샹그룹의 처리방안을 사실상 마무리했다는 이야기였다”고 전했다.

한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일 오전 MBC ‘시사토크 이슈를 말한다’에 출연해 안보리에서 채택될 새 대북제재 결의에 대해 “석탄이든 뭐든 돈줄 차단이 제일 중요하며, 두 번째는 인권 탄압이다. 인권 관련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는 게 북한의 해외 노동자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또 이들의 봉급 대부분이 북한의 당·정·군으로 흘러 들어간다. 결국 이 돈이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되는 것”이라고 말해 관련 제재를 추진 중임을 시사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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