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경비도 입체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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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부욱 부욱 부욱』-.
숨가쁘게 울러 대는 비상버저소리.
아시안게임이 진행중인 9월×일 선수촌 경비상황실 전자 스크린에 붉은 점이 표시되면서 긴장의 파도가 인다.
스크린의 붉은 점은 선수촌아파트 ×동. 인질사건-.
복면을 한 테러단 5명이 A국 선수 3명을 총기로 위협, 인질극을 시작한 것이다.
24시간 대기중인 특공대 대기실에 출동 령이 떨어진다. 헬기도 뜬다. 현금1백만 달러와 안전출국 보장을 요구하는 테러범들.
테러단의 요구를 들어 줄 듯한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특공대는 어느새 옥상에 밧줄을 걸고 인질현장인 아파트×동 501호로 벽을 타며 내려가고 헬기에서도 특공 조가 밧줄을 타고 내려온다.
입체작전.
『쨍 그렁」베란다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드르륵』특공대의 기관단 총이 불을 뿜는다. 순식간에 인질 범 2명이 사살되고 3명이 체포된다. 상황 끝. 소요시간 5분.
이상은 최근 서울시경이 실시한 모의훈련 이지만 아시안게임의 경비체제는 모의훈련 못지 않게 철저하다. 뮌헨올림픽의 검은 9월 단 사건 같은 국제테러사건이 서울에서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우선 참가국 임원과 선수단은 공항도착에서부터 우리 경찰의 경호 그물 안에 들어간다.
나라별로 특별경호대가 배치돼 이들이 움직일 때는 안전·무장요원이 탄 버스와 봉고 차가 항상 뒤를 그림자처럼 따르고 숙소에서도 별도의 경호를 받는다. 경기장·선수촌·호텔 등에 배치된 별도의 경호요원은 8천명. 이들은 옥상·출입문·인접 빌딩 등에서 24시간 잠복 근무한다.
우범자들의 선수촌·경기장 접근도 차단된다. 선수촌 주변엔 3중의 전자감응 식 철조망이 쳐져 있고 이에 따라 면회 객들도 세 번 체크를 받아야 선수촌 입구의 관리본부에 들어갈 수 있다.
우범자들의 경기장 접근을 막기 위해 출입구의 특수 전자감응장치는 무기는 물론 호주머니 속의 핀 하나까지 감지해 낸다.
경기장 내부에서도 일반인의 움직임은 낱낱이 체크된다. 경비본부와 연결된 CC-TV가 지정좌석을 벗어나는 관람객들을 모두 파악해 현장의 경비요원에게 무선 지령을 내리기 때문이다.
경찰이 아시안게임 경비를 위해 들여온 진압 장비는 시멘트벽도 뚫을 수 있는 특수 가스 총, 소리만 듣고도 실신하는 폭음 총 등 1만2천5백14점. 공항·항구에는 국제테러 용의자 5천7백 명의 신상명세가 컴퓨터에 수록돼 입국에 대비하고 있다.
서울시경은 이 같은 경비작전을 실수 없이 수행하기 위해 30일 상오 서울 대방동 보라매광장에서 경비 경찰 7천 명을 소집,「경비책임완수 결의대회」를 갖고 아시안게임 특별 경계근무에 들어갔다. <정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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