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롯데 혁신안, “정책본부 10% 줄이고, CEO는 인사는 연말 쯤” 전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26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서울중앙지법의 영장 기각으로 경영활동에 숨통을 트이게 됐다. [중앙포토]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의 이른바 ‘롯데그룹 혁신안’을 두고 그룹 안팎에서 논의가 한창이다. 신 회장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인 29일 오전 4시쯤 서울중앙지검에서 나와 자택에서 휴식을 취한 뒤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서울 소공동 롯데쇼핑센터빌딩 내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했다.

신 회장은 주요 임원들에게 ”수사가 끝난 것이 아니고, 롯데는 기존에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선안과 기업 투명성 확보, 사회공헌 방안 등 혁신안을 성실하게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 직후 그룹 내에서 급격히 논의된 것이 바로 이른바 ‘혁신안’이다. 큰 방향은 ▶정책본부 축소 ▶윤리경영 강화 ▶사회공헌 강화의 세 가지 방향이다. 대표적인 방안으로는 정책본부 축소가 꼽힌다. 이는 가장 손쉽게 개혁의 방향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관계자는 ”당장 혁신안을 통해 쇄신의 액션을 보여줘야 하는데, 현장경영 강화만큼 좋은 것이 없기 때문“으로 봤다. 신 회장이 만일 구속됐더라도 계열사 사장 중심의 전문경영인 책임 경영을 강화했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정책본부 관계자들이 “할 일이 많은데 어떻게 인원을 많이 줄이느냐”는 입장을 내면서, 인원 축소는 10% 선으로 가닥이 날 전망이다. 실제로 정책본부에서는 밀린 현안이 많기는 하다. 검찰 수사로 중단됐던 화학계열 등 각종 인수합병(M&A)이 대표적이다. 호텔롯데 상장과 일본 지분율을 줄이는 일도 해야 한다. 순환출자고리도 416개에서 67개로 줄었으나, 아직도 국내 최다 수준이다. 팀별로 1~2명, 총 20~30명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롯데그룹 정책본부는 20개 팀 약 250명 수준이다. 이는 태스크포스팀을 제외한 수치다.

인원 감축에는 ‘신동빈의 두뇌’라 불리는 운영실도 예외는 아니다. 운영실에는 신 회장의 복심이라 꼽히는 황각규(61) 사장(운영실장)을 비롯해 업종별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4명의 임원과 산하 직원들이 포진해 있다.

기사 이미지

롯데그룹 정책본부의 투 톱이 된 황각규 사장(운영실장)과 소진세 사장(대외협력단장). 롯데 안팎에서는 신 회장을 두 사람이 보좌하는 빅2 체제로 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중앙포토]

◇연말 인사 어떻게 될까…=롯데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당장 대대적인 인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불구속 재판을 받게 돼 자유를 허락받은지 하루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일 신 회장이 구속됐다면 전원 유임으로 갔을 사장단 인사가 영장기각으로 당장 당겨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장단 인사 원칙에 대한 적용 방향도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당초 정책본부 등 수뇌부에서는 “구속 여부를 떠나 형사재판에 기소가 된 사람은 (계열사 최고경영자로서) 업무 수행이 힘들지 않겠느냐”는 입장이 우세했다. 하지만 한 롯데 관계자는 “(기소된 CEO는 업무 수행에서 배제한다는) 기류가 최근 바뀐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른바 ‘투 톱 체제’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이른바 구(舊) ‘빅3’(고 이인원 부회장ㆍ소진세(66) 사장ㆍ황각규 사장)에서 고 이인원 부회장의 사망으로 둘만 남았다. 두 사람 모두 구속기소까지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롯데 내부의 관측이다. 업무 분장에 있어서는 대외업무를 총괄하는 소 사장과 그룹 운영을 책임지는 황 사장이 ‘나와바리’를 나눠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롯데그룹 소식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그룹 혁신의 완성은 인적쇄신으로 정점을 찍는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현 시국을 정면돌파하고 국민의 사랑을 다시 얻으려면 믿을만한 사람을 전면배치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