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현대차 노조, “불매 운동” 외치는 ‘을의 반란’ 직시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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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 현대차 노조를 겨냥해 “현대차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고 절규한 중소협력업체 얘기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8개 중소기업단체 대표자는 그제 “귀족노조 파업이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사회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며 “파업을 즉시 중단하지 않으면 불매 운동도 불사하겠다”고 결의했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임금 불만 때문인데 중소기업 입장에선 납득이 안 된다. 현대차 노조의 평균 연봉은 9600만원이다. 그런데 올해 임금협상에서 제시된 1535만원의 일시금 지급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노조가 파업에 나섰다. 이 여파로 현대차는 11만7000여 대를 생산하지 못해 2조5800억원 규모의 매출 차질을 빚고 있다.

불똥은 중소협력업체로 튀고 있다. 부품 2만 개를 조립해 만드는 자동차는 2차, 3차 협력업체가 부품 대부분을 공급한다. 이런 구조 때문에 협력업체는 고양이 앞의 쥐처럼 완성차업체 앞에선 영락없는 ‘을’이다. 완성차업체는 가격경쟁력 유지를 위해 언제나 납품단가를 낮추려 한다. 이 결과 협력업체는 언제나 한계상황에서 공장을 돌리고 임금도 낮다. 대기업 정규직 임금이 100이라면 중소업체 정규직은 60%이고 비정규직은 30%로 떨어지는 것도 이런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중소업체가 불매를 불사하겠다고 나선 것은 파업 비용이 중소업체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 나오고 있다. 중소업체는 현대차의 파업이 장기화되면 고정비 부담이 늘어나고, 파업이 끝나도 파업 손실 만회를 위한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시달리게 된다. 이렇게 당하나 일감이 없어서 당하나 파업의 최종 희생양이 된다.

결국 ‘을의 반란’은 귀족노조의 횡포로밖에 보이지 않는 현대차 파업을 국가와 국민이 인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는 시그널로 봐야 한다. 강성 노조 탓에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세계 6위로 밀려났고, 현대차의 국내 시장점유율도 하락 추세다. 현대차에도 일자리 감소라는 부메랑이 돌아올 일만 남았다. 현대차 노조는 왜 파업을 거둬야 하는지 현실을 직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