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집 위 실세화로 구심력 형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노태우 대표위원의 사실상 첫 인사라고 할 수 있는 23일의 당직개편은 당4역 중 3역을 전면 교체함으로써 당내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중집 위를 실세화 함으로써 당 역의 집중에는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개편이 과연 노 대표가 구상한대로의 노 중심체제 구축이라는 목표에 도달했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해석상 상당한 시각의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이번 인사가 특히 주목은 받은 것은 노 대표가 지난5월「권한과 책임의 위임」을 받은 후 처음으로 단행되는 개편이며 노 대표의 적극적인 건의에 의해 주도돼 그의 정국운영구상이나 컬러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 때문이다.
노 대표가 이번 당정개편을 추진하면서 구상했던 것은▲대내적으로 당을 노 중심체제로 정비·보강하고▲대외적으로는 앞으로의 개헌정국에 대비해 협상 추진 팀을 구성하는 것이라는 추측이 된다.
당 3역을 비롯한 당직이 거의 전면적으로 교체되어 태에 새바람을 불어넣게 되고 특히 중집 위에 당내 중진들을 망라함으로써 당에 구심력이 형성되어 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당내 이곳 저곳에서 여러 갈래로 나오던 목소리들이 한곳으로 모일 수는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정전반에 걸친 대폭개편을 통해 전면적인 국정쇄신을 건의했던 것에 비하면 그 성과가 기대했던 만큼은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내주에 있을 정부개각의 폭과도 관련이 있겠지만 당정개편의 방법이나 타이밍, 그리고 정국운영에 관해 여권 내에 시각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고 어떤 의미에서 노 구상이 부분적으로밖에 실현될 수 없는 한계를 보여줬다고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앞으로의 개각을 통해 당 소속의원들의 참여폭이 늘어난다면 그런대로 당의 체면은 선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당직자들의 구성을 보면 노 대표의 인사구상이 그런대로 상당히 반영되긴 했지만 반드시「노 체제」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것은「노태우 계」라고 할 만한 인맥이 부내에 따로 없기 때문에 어느 의미에서는 불가피한 것일지도 모른다.
노 대표는 이춘구 사무총장을 기용함으로써 당 조직 및 사무처에 대한「친정」보다는 간접관리를 강화할 의도인 것 같다.
노 대표가 내무장관시절 당시 차관이었던 이 총장에게 실무를 거의 맡기다시피 한 점이나 이 총장의 강단 있는 장악력으로 미뤄 볼 때 사무기구나 조직관리는 이 총장에게 많이 위임될 것으로 보여진다.
앞으로 개헌협상을 비롯해 가장 어려운 시기에 대야협상을 맡을 원내사령탑으로 이한동총무를 기용한 것은 대야협상을 보다 강도 높게 추진하자는 의도라고 관측되어 있다.
그동안 밀리기만 해 왔던 대야협상에 대해 비판이 많았던 만큼 당 소속의원들의 결속을 강화하면서 대야자세도보다 경성 화 해갈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다. 그러나 이 총장이 11대 국회 때 선거법 협상을 담당했었고 정치적 연분이 넓다는 점도 감안된 것 같다.
당정관계에서 가장 접촉이 빈번한 정책위의장자리에 장성만 의원을 유임시킨 것은 2·12총 선의 부산참패를 늘 의식해 온 민정당의 이 지역에 대한 배려로도 볼 수 있고 그 동안 장 정책위의장이 정력적으로 일해 온 실적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장 의장이 당의 정부주도라는 현실적 필요를 얼마나 충족시킬지는 알 수 없다.
그밖에 임방원 의윈(전북)을 중앙위의장이 기용하고 총재비서실장에 정동성 의원(경기)을 임명한 것은 지역안배로 보인다.
민정당의 이 같은 새 체제가 야당 측과의 협상 력을 강화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개헌의 시한인 금년 말까지 여야의 현상은 어려운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고 실세대표들간의 고위절충 등 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민정당 새 체제의 혈 세를 야당 측이 어느 만큼 인정할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당 주도에 의한 개편이 단행되는 등 정국운영에 있어서 당의 책임과 주도력이 강조되고 있어 여-야 관계의 새로운 전개가 이뤄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번 개편을 두고 당 내외 일각에서는「잠정적」이라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왜냐하면 개헌현상의 험한 고비를 넘다 보면 상처를 입기 쉽고 또 전국의 상황이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면 현 체제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기 때문이다.
또 노체제의 구축과 관련되는 당 보좌기구의 확대 등 이 이번에는 보류된 점이나 이번에 변동이 없었던 국회상임위원장의 임기가 내년 초 면 끝난다는 점 등 개편요인이 아직 남아 있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특히 앞으로 정치 일정이 보다 뚜렷해지고 선거체제로 전환해야 할 시기가 오면 다시 당의 총력을 모으는 체제정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연말이나 내년 초에 다시 총선 체제로 가는 당정개편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새로운 당 체제가 이 같은 상황에서 그 골격을 유지할지, 다시 개편하게 될지는 쉽게 점치기 어려울 것 같다. <김영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