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티폰 대명사' 블랙베리, 스마트폰 자체생산 전면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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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후반 쿼티 자판을 토대로 전 세계 인기를 얻은 블랙베리 폰. [중앙포토]

시장 포화 상태에 접어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플레이어'가 하나 더 사라졌다. 이번에는 2000년대 후반 'QWERTY(쿼티) 키보드'로 전 세계를 주름잡았던 스마트폰 제조업체 블랙베리다.

28일(현지시간) 존 첸 블랙베리 최고경영자(CEO)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앞으로 회사의 전략을 변화시켜 보안, 애플리케이션 등 소프트웨어에 집중할 것”이라며 “하드웨어 개발을 모두 중단하고 생산 파트를 전부 아웃소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첸 CEO는 “하드웨어 철수 계획이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며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매출 전망치가 이번 회계연도에 30% 상승했다”고 말했다.

블랙베리는 컴퓨터 키보드와 똑같은 '쿼티 자판'을 스마트폰에 그대로 옮겨놓으면서 2000년대 중반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e메일을 주고받을 때 터치 키보드 대신 쿼티 자판을 이용할 수 있어 업무용 폰으로 각광받았다.

특히 2008년에는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당시 상원 의원이 모두 블랙베리 매니아로 알려지기도 했다.  블랙베리를 썼던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취임 후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초로 e메일을 사용한 대통령이 됐다.

힐러리 클린턴도 국무장관 재임 당시 블랙베리를 사용하기 위해 개인 e메일 계정으로 공적 업무를 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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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국무장관 재임 시절인 지난 2010년 유엔총회 도중 블랙베리 폰을 사용하고 있다. [중앙포토]

그렇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삼성ㆍ애플 등 스마트폰 업체에 점유율이 밀리면서 블랙베리의 하드웨어 분야 수익이 나날이 악화됐다. 지난 2009년 20%에 달했던 이 회사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13년 5% 이하로 추락해 현재는 1% 내외를 맴돌고 있다.

이날 블랙베리는 지난 6~8월 매출액이 3억3400만 달러(약 3669억원), 순손실 3억7200만 달러(약 4086억원)를 각각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구조조정 충당금을 비롯해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손익분기점 수준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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