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너무 뻔뻔스러웠다|쇠고랑찬 「칼잡이」 장진석·김동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임실=이덕령·김석현기자】결정적인 주민제보가 흉악범을 잡았다.
일본밀항을 꿈꾸던 영동 서진룸살롱 주범인 장진석씨와 칼잡이 김동술씨는 서울로 압송된 후에도 뉘우치는 빛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뻔뻔스럽고 당당한 표정이었다.
이들은 형사대가 덮치자 과도를 들고 대항, 10여분간 격투를 벌이기도 했으며 뒤로 수갑을 찬 후에도 계속 반항해 공포를 쏜 후 묶어야 했다.
이들은 서울로 압송되는 차속에서도 경찰관을 향해 『형님들 5명만 온 줄 알았으면 승부를 걸었을텐데 적어도 전경 30여명은 우리를 포위한 줄 알았다』 고 말하고 『사무라이처럼 살다 간다. 이젠 우린 끝났다』고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검거=제보를 받은 서울서초경찰서 김옥식경장(40)등 형사 5명은 19일하오3시30분쯤 전북 임실군영암면옥정호 마근댐의 선착장에 도착했다.
김경장등은 제보자인 안내인과 동행하고 있었다.
김경장등은 도선 「마암 6호 사공 박병옥씨(22) 에게『유람왔으니 돈은 걱정말고 서너시간만 타자』며 배를 탄 뒤 북동쪽으로 40분쯤 달려 섬 한가운데에 있는 임동하씨(45) 집에서 2km쯤 떨어진 수수밭 부근에 배를 대게 했다.
김경장등이 갈대밭을 통해 임씨집으로 접근하고 있을 때 임씨집에선 부인 송순내씨(49)가 마당에서 빨래를 널고 있었으며 범인들은 안채로부터 10m쯤 떨어진 초가헛간에 누워 있었다.
당시 임씨와 임씨의 동생 동원씨(33)는 마침 이날 영암장터에 나가고 없었고 세아들도 근처 강가에 나가 목욕을 하고 있었다.
형사대는 발소리를 죽여 범인들이 누워있는 헛간으로 접근, 장씨등이 헛간안에 누워있는것을 확인한 뒤 한꺼번에 덮쳤다.
◇반항·격투=이때 두목 장씨가 바닥에 있던 길이 15cm쯤의 과도를 오른손에 들려고 하자 형사대는 『꼼짝마라. 그대로 엎드려』 라고 소리치며 장씨의 오른손을 쳐 칼을 빼앗았다.
장씨등이 형사대에 저항할 자세를 취하자 김경장과 이지운순경등 2명이 공포를2발씩 쏘며 범인들을 동시에 덮쳤고 범인들은 형사들을 떼밀며 완강하게 저항했다.
1·5평 헛간에서 벌어진 격투로 헛간은 피가 튀고 아수라장이 되었다.
범인들을 덮친 형사대는 이들을 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권총손잡이로 장씨의 왼쪽머리와 김씨의 오른쪽 이마를 한차례씩 내리쳤다.
형사대가 장씨등에게 뒷수갑을 채우고 밖으로 나오자 범인들이 마당에서 또 다시 반항, 공포3발을 쏜 뒤 범인들을 땅에 엎드리게 하고 나일론줄로 묶었다.
◇소지품=형사대는 범인들이 은신했던 헛간에서 소형라디오 2대, 이불 1채, 야외용 비닐돗자리 1장, 낚시용모자1개, 슬리퍼 2켤레,트레이닝복 2벌등을 압수했다.
◇범인잠입=범인들은 18일 하오8시30분쯤 옥정호수 남쪽 영암면소재지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외얏날 섬에 도착, 임씨집 헛간을 빌어 은신했다.
임씨에 따르면 이날 안방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장씨등이 찾아와 『몸이 아픈데 낚시나 하며 쉬었다 가고싶다』고 말해 방2개를 식구들이 모두 쓰고 있어 헛간밖에 없다고 하자 헛간을 보여줄것을 요청, 어망들을 쌓아놓은 헛간을 확인한 뒤 『이만하면 됐다. 사흘쯤 쉬고 가겠다』 며 헛간을 사용했다는것.
임씨는 장씨등이 트레이닝복을 입고 낚시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있어 흔히 찾아오는 낚시꾼인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장씨는 외얏날섬에 잠입하기전 도피중이던 유원희씨의 형집에서 봉고트럭을 몰고 선착장으로 가던중 기름이 모두 떨어지자 선착장에서 11km쯤 떨어진 전북임실군신평면원천리산60 산길에 봉고 트럭을 버리고 버스편으로 선착장까지 왔었다.
장씨등은 임씨집에서 하룻밤을 잔 뒤 19일 아침8시쯤 임씨가족들과 함께 아침식사를하고 방안에 계속 머물다가 점심때쯤 임씨의 2남 용섭군(15·중2)에게 점심을 차려줄 것을 요구, 용섭군 형제들이 차려준 점심을 먹었다.
장씨등은 식사도 서둘러 하는 등 임씨집 가족들과 별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장씨등이 산길에 버린 봉고트럭안에서는 길이20cm가량의 신품 과도 1개와 휴대용 가스레인지· 버너· 코헤르·텐트·방울낚시 3개등이 발견됐다.
장씨등이 은신했던 외얏날섬에는 임씨가족 이외에 2가구가 더 살고 있는데 다른 집 사람들은 장씨등이 섬에 들어온 것을 모르고 있었다.
◇제보=범인일당중 한사람의 형이 공범인 동생이 18일 서울에서 검거된 사실을 알고 장씨등이 옥정호에서 낚시를 하고 있을것으로 판단, 장씨등이 섬에 잠입한 18일 하오11시쯤 친척을 시켜 장씨등이 외얏날섬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제보자는 19일 상오 평소 알고 지내던 서울동부경찰서 김복균순경(39)에게 장씨등의 정확한 도피장소등을 제보했다.
◇도피=장씨등은 사건직후 함께 합숙훈련을 했던 서울암사동 강동아파트 81동508호로 피신했다가 15일상오 훔친 서울4나1313호 레코드로열승용차를 타고 용인 유도대앞에서 식당을 운영, 평소 알고 지내던 경기도구리시 송화영씨(35) 집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이들은 16일 상오 송씨에게 칼 19자루를 맡긴 뒤 택시를 타고 경기도과천시 주공아파트313동406호 유원희씨의 애인 박모양(21)집으로 가 하룻밤을 새우고 17일 상오 유씨의 친구인 윤일규씨 (26·트럭행상·서울천호동325의12)의 서울8다9506호 봉고트럭을 타고 전주 운암낚시터에 도착, 하룻밤을 야영했다.
장씨등은 18일 상오 전북완주군이서면이문리645 유씨의 형 근희씨 (35) 집에 도착, 휴식을 취하다 이날하오 근희씨로 부터 낚싯대와 텐트를 빌어 근희씨 집에서 15km 쯤 떨어진 임씨집 근처 저수지에서 낚시꾼을 가장, 행동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