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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소프트웨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미간에 논란이 거듭되던 소프트웨어 보호문제가 타결됨으로써 국내 정보산업계는 진통을 겪고 있다.
외국에 대해 소프트웨어의 불법 복제국이란 나쁜 인상을 씻기 위해 언젠가는 치러야 할 홍역이지만 준비 없이 맞는 진통이어서 파문이 크다.
그동안 한미간 협상의 초점은 소프트웨어를 저작권법에 포함시켜 보호할 것이냐, 별도입법을 할 것이냐였다 .따라서 이번 타결의 특징은 소프트웨어를 별도법인 컴퓨터 프로그램보호법에 의해 보호키로 했다는 것이다.
미국 측은 세계적인 추세를 들어 저작권법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으나 우리 정부는 최근 미국에 대한 국내 여론을 등에 업고 별도입법을 주장, 우리측 안으로 타결을 보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과기처가 주축이 돼 이미 지난 3월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안을 입법예고, 공청회를 거치는 등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저작권은 문화적 창작물인데 비해 소프트웨어는 일종의 경제재로서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별도입법 함으로써 다소 운영의 융통성이 있고 후발국으로서 불리한 점을 줄일 수 있다는 것.
소프트웨어를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일본·영국·서독·프랑스·대만·필리핀·인도 등 11개국이며, 캐나다·덴마크·핀란드·싱가포르·중공·브라질 등 11개국도 현재 이 같은 방법으로 입법중이다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것을 반대하는 나라는 소련·그리스 등 2개국뿐이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우선 프로그램의 보호대상과 범위를 한국에서 최초로 발행된 내·외국민의 프로그램, 또는 국제협약 등에 의해 한국이 보호할 의무를 지는 국가 내에서 최초로 발행된 프로그램으로 정하고 있다.
보호대상이 되는 소프트웨어는 시스팀프로그램(OS)을 포함, 컴퓨터에 의해 처리되는 모든 프로그램이며 프로그램언어·규약·해법 등은 제외된다.
프로그램 저작자에게는 저작인격권(공표권·성명 표시권·동일성 유지권)을 부여하고 저작재산권(복제권·개작권·번역권·배포권·발행권) 을 갖게 하되 이 배타적 권리에 대해서도 공익의 목적상 부득이한 경우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컴퓨터프로그램의 소급효는 불인정하되 무단복제가 문제되는 경우 개별사안별로 정부가 행정지도로 이를 최대한 억제키로 했다.
프로그램 저작권의 존속기간은 당초 우리측이 3O년을 주장했으나 미국 측 주장을 받아들여 50년으로 타결됐다.
또 프로그램저작권에 대한 중요사항과 이용·유통 등을 심의하기 위해 관계부처의 국장급과 대학교수급 전문가들로 과기처에 프로그램 심의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이 법은 우리 나라가 UCC(세계저작권협약)에 가입하는 87년 7월부터 발효된다.
현재 국내에는 약 3백50여개 소에 달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팀 하우스가 난립돼 있다.
이들은 대부분 영세업체로 국내 소프트웨어의 시장규모는 84년 5천3백만 달러(약 4백77억원), 85년 7천3백만 달러(6백57억원), 86년 1억6백만 달러(9백54억원)이고, 88년엔 2억8백만 달러(1천8백72억원), 90년 4억7백만 달러(3천6백63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과기처는 현재 이중 3천만∼4천만 달러 어치는 댓가를 치르고 해외에서 수입해오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수입중 60%이상이 시스팀소프트웨어).
따라서 지난해의 경우 4백억 원어치의 소프트웨어를 국내 용역업체가 개발 등의 방법으로 충당하고 있으나 이중 어느 만큼을 국내 개발로 인정하느냐에 따라 국내 업체와 사용자의 추가부담액이 달라진다.
과기처당국은 추가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으나 영세업체가 응용소프트웨어 일부를 복제·개작해 온 점에 비춰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슈퍼 미니컴퓨터와 퍼스컴의 국산화를 위해 외국의 시스팀소프트웨어를 원용하거나 약간 수정해 사용해온 업체들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업체들은 외국과 정당한 기술협력을 하거나 연구개발비를 들여 자체 개발하는 등의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과기처당국은 보고있다.
한편 87년 7월 법 발효 이전에 만들어진 프로그램은 소급효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법의 제재는 받지 않으나 다만 무단복제가 문제가 됐을 때는 개별사안별로 정부가 행정지도로 최대한 억제키로 했다.
단 이 규제는 보호법시행일 이전 5년 이내에 창작된 미국저작권을 획득한 컴퓨터프로그램에 한해 적용되며 보호법 시행일로부터 시행키로 미국과 합의했다.
국내소프트웨어 기술수준은 사업계산분야에서는 상당한 수준에 달하고 있으나 공업부문과 시스팀소프트웨어분야·프로그램 패키지화 기술은 아직 미흡하므로 기술도입, 또는 제휴를 통해 기술축적을 이룩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는 보호법발효에 대한 대비책으로 ▲정부와 공공기관의 전산화를 확대추진, 개발된 소프트웨어의 시장조성 ▲대형프로젝트에 의한 기술개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기술개발과 핵심인력양성 ▲프로그램품질보증제도확립·소프트웨어개발에 대한 채무보증제도·프로그램유통센터설치 ▲각종조세·금융지원 등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정보산업협회의 전홍강 이사는 그동안 성숙 안된 여건에서의 쇼크를 줄이기 위해 『정부의 산업계에 대한 지원정책과 업계의 기술개발투자 및 정당한 댓가를 주고 소프트웨어를 사겠다는 소비자의 자각 등이 삼위일체가 돼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다음 주에 1백15개 정보산업협회 회원사 회의를 열어 대책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김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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