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출두 “수사 성실히 협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검찰에 출석해 자신의 20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롯데그룹이 1967년 설립된 이래 그룹 총수의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는 처음이다.

기사 이미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배임·횡령 혐의 수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사진 우상조 기자]

검찰은 신 회장을 상대로 중국 홈쇼핑 업체 럭키파이 등 국내외 기업 부실 인수, 롯데시네마 등 계열사를 통한 친인척 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 관련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해외 인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 떠넘기거나 특정 계열사의 알짜 자산을 헐값에 다른 계열사로 이전하는 등의 방식으로 1200억원대 배임을 한 혐의에 대해서도 캐물었다. 또 롯데건설 등 계열사가 최근 10년간 600억원대 가용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 신 회장이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는 등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는지를 조사했다.

일본서 귀국 않고 버티는 서미경
1800억 부동산 등 전 재산 압류

한국말을 못해 통역을 통해 조사를 받은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달리 신 회장은 통역 없이 조사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특수4부 검사 4명이 두 팀(2명씩)으로 나눠 조사했다”며 “신 회장도 롯데 측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잘 먹고 진술도 잘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간담회에서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문제에 대해서도 일부 언급했다.

- 신 회장이 구속되면 롯데그룹 경영권이 일본 지배로 넘어가는 구조가 된다는 주장도 영장 청구 여부 결정 시 고려 사안인가.

“변호인과 롯데 측 주장인데 우리가 검증할 방법이 없다. 그게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라든지 신병 결정에 결정적 요인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 전날엔 불구속 수사 가능성도 열어둔 것 아니었나.

“일반론을 말한 것이다. 늘 대기업 수사를 할 때마다 총수의 사법처리에 관해서는 여러 고민 요소가 많다는 뜻이지 어떤 쪽에 방점을 두고 말한 건 아니다.”

지난 6월 10일 롯데그룹 관련 17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신호탄으로 개시된 롯데그룹 수사는 신 회장 조사를 끝으로 마무리 국면에 들어갔다. 앞서 검은색 정장에 흰색 셔츠, 짙은 감색 넥타이를 한 신 회장은 오전 9시20분쯤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해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검찰 수사에는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 회장은 ‘회삿돈 횡령·배임, 비자금 조성 등을 지시하고 탈세에 관여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다”고 한 뒤 중앙지검 15층 조사실로 직행했다.

한편 신격호(95)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57)씨가 일본에 머물며 소환에 계속 불응함에 따라 검찰은 그의 국내 전 재산을 압류 조치했다. 압류 대상에는 국내 부동산(1800억원대 추정) 등이 포함됐다. 검찰 관계자는 “서씨의 탈세 혐의와 관련한 추징 등이 압류 목적”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증여받으며 3000억원대 증여세를 내지 않은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됐다. 검찰은 서씨가 끝내 입국하지 않을 경우 곧바로 재판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글=현일훈·송승환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