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시민들, 음란행위 용의자 숨지면서 경찰 조사…'선의' 대 '과잉' 논란

중앙일보

입력

주택가에서 음란행위를 하던 남성이 뒤쫓아 온 시민 두 명에게 제압당한 후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이들 시민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이에 시민들의 행동을 놓고 ‘선의’ ‘과잉제압’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13일 오후 8시10분쯤 A씨(39)가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의 한 4층짜리 다가구주택 주변에서 음란행위를 하던 중 이 주택 2층에 사는 30대 여성에게 발각됐다. 이 여성은 남편 B씨(32)에게 이를 알렸고, B씨는 즉시 2층 창문으로 뛰어내려 달아나는 A씨를 뒤쫓기 시작했다.

A씨는 100여m쯤 달아나다 전신주에 왼쪽 가슴을 부딪쳐 넘어진 뒤 일어나 3~4m쯤 달리다 갑자기 쓰러졌다. 이때 A씨는 B씨에게 한 차례 붙잡혔지만 이를 뿌리치고 다시 3~4m 달아나다 뒤에서 달려든 B씨에게 결국 제압당했다. B씨는 넘어진 A씨 등 위로 올라탄 후 주변을 지나던 C씨(30)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C씨는 112신고 후 A씨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다리를 붙잡고 있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 A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날 오후 8시54분쯤 숨졌다.

A씨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12일 사인으로 ‘제압과 관련된 사망으로 추정’이라는 소견을 냈고, 경찰은 현재 B씨 등과 조사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일보 아이디 ‘ta**’는 “저런 분들을 처벌한다면 누가 나서겠는가”라고 B씨를 두둔했고, 네이트 아이디 ‘kkk*****’도 “좋은 일 하려다 시민들이 불쌍하다”고 옹호했다. 반면 네이버 아이디 ‘hyun****’는 “살인·강도도 아닌데 너무 영웅심이 발한 듯”이라고 비난했고, ‘blue****’도 “범죄의 경중을 따져 보았을 때 불필요한 진압”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제압 당시 상황이 쟁점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경기 지역의 한 판사는 “A씨의 저항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면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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