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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하는 젊은이 상 소설이 잘 팔린다|강석경·조성기·최인석씨 등 작품이 인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고뇌하는 젊은이 상을 그린 30대작가 강석경(35) 조성기(35) 최인석(33)씨의 본격소설이 몇 해 만에 서점 가의 소설 류 베스트셀러에 오르고있다.
그 동안 외국번역소설·무협소설·통속소설 등이 주로 소설류의 선두를 달려왔으나 최근 이것이 뒤집히고있는 추세.
그중 강석경씨의『숲 속의 방』은 종로서적과 교보문고에서 모두 소설류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조성기씨의 『야훼의 밤』은 2위, 4위를, 최인석씨의 『구경꾼」은 각각 10위를 기록하고있다. (지난주 집계)
판매량은 출간 1∼2달 사이에 『숲 속의 방』이 2만3천부, 『야훼의 밤』이 2만8천부, 『구경꾼』이 1만8천부를 기록.
강석경씨의 『숲 속의 방』은 휴학계를 내고 「종로통 아이」로 방황하다 자살하는 여대생 소양을 주인공으로 다루고 있다. 소양의 주변에는 구호와 최루탄에 범벅되는 대학가, 민중운동하는 친구, 소위 「부르조아적 속성」을 버리지 못한 가족, 사람 없이 디스코 춤과 술과 성을 즐기는 동료들의 가치관 혼돈이 끊임없이 계속 된다.
그들 속에서도 자리를 찾지 못한 소양은 자신의 허위의식을 경멸하며 끝내 파멸하는 것으로 80년대 한 부류의 젊은이 풍속도를 그렸다.
『숲 속의 방』은 지난 6월 제10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작품. 강씨는 74년 문학사상신인상으로 데뷔한 후 창작집 『밤과 요람』을 냈고 『폐구』 『거미의 집』 『근』 『빨간 넥타이』등의 작품을 썼다.
조성기의 『야훼의 밤』은 3부 작으로 1부는 이른바 KS마크의 주인공이 고시패스를 열망하는 가족의 기대를 저버리고 기독교에 빠져 선교단체에 가입하게되는 과정을, 2부는 그 선교단체의 활동, 즉 신앙공동체운동이 모순과 외선으로 가득 찬 곳임을 깨닫고 뛰쳐나오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작가 조씨는 71년 서울대 법대재학 중에 단편 『만화경』이 동아일보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데뷔했으나 한동안 신앙생활에 몰입해 창작을 등졌다. 85년 『라하트하헤렙』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함으로써 작품 활동을 재개한 뒤 『불일폭포』 『푸른 끈』 등의 작품을 86년에 발표했다.
최인석씨의 『구경꾼』은 악덕기업주가 가장인 한 가족의 몰락을 그린 작품.
주인공 동규의 남동생은 아버지의 비윤리적 사업경영으로 인해 발생한 노동쟁의 현장을 목격하고 그들 편에 가담해 위장취업을 한다.
그러나 순전한 구경꾼의 입장에 선 동규는 『구경꾼의 자리는 가장 편하다. 그러나 모든 사태로부터 떠나 있어야만 구경꾼일 수 있다』며 가정의 파멸을 자조적으로 지켜본다는 것이 이 작품의 줄거리.
현 세태를 통렬히 꼬집고있는 이 작품을 통해 소설가로 데뷔한 최씨는 대한민국 연극제에 3번 참가한 것을 비롯, 대한민국문학상신인상을 수상했다. 문학평론가 이남호씨는『80년대 들어와서 젊은이들의 고뇌를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이 많지 않았고, 그것이 소설의 침체를 가져왔다』며 『이들의 작품 속에는 사회·종교·대학·노사 등 이 시대의 첨예한 문제들이 거론되었다는 것이 큰 호응을 받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양헌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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