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보건의 4년새 550명 줄어 농어촌 한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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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만7000여명을 담당하는 경북 영양군보건소는 요즘 한숨이 커지고 있다. 군내 병·의원이 영양읍에 각 1곳 밖에 없어 보건소로 환자의 발길이 몰리지만 공중보건의(공보의) 배치는 계속 줄어들고 있어서다.

공중보건의 4년새 550명 줄어 농어촌 '한숨'…의사 없는 보건지소도 지난해 43곳

보건소와 5개 보건지소에 근무 중인 공보의(치과의사·한의사 포함)는 지난해 17명에서 올해 15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부터 일월면보건지소에는 일반의 공보의 대신 한의사 공보의를 두고 인근 지소에서 순환 진료를 해주고 있다. 권영삼 영양보건소장은 "현재 상황은 절박하다. 단적인 예로 보건소 공보의 한 명이 하루에 환자를 130명 이상 보고 있다. 급한 환자들은 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안동시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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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현상은 영양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에 따른 의대 정원 감소와 의대 내 여학생 비율 증가로 공보의 수가 계속 줄면서 전국 농어촌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도시 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노인 인구가 많고 보건의료체계가 미비한 곳이 많지만 의료불균형이 심각해지면서 향후 기초 보건의료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20일 지역 보건의료기관별 공보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 보건소·보건지소 등에 배치된 공보의 수는 2012년 말 4045명에서 올해 6월 3495명으로 550명 감소했다. 지난해 일반 보건지소 1310곳에서 근무하는 1350명의 의사 중 공보의는 96.5%(1303명)으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보의 감소는 보건지소 운영 자체가 흔들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 보건지소 중 공보의와 의사가 한 명도 없는 곳이 43곳에 달했다.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도 단위 보건지소는 24곳에서 의사가 배치되지 않았다.

정부는 공보의 배치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이전에 배치할 수 있던 지역도 기준 변화로 공보의를 배치하지 못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부는 2012년 군 지역 보건소에 3인 이내로 배정하던 기준을 올해부터 2인 이내로 줄였다. 시 지역 지방의료원·적십자병원에 4인 이내로 배치하던 규정도 인구 15만 미만은 5인 이내로, 인구 15~30만은 3인 이내로 조정했다. 이러다보니 공보의를 배치받기 위한 각 지자체 보건소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박소언 전남 고흥군보건소장은 "지자체별로 어떻게든 공보의를 모셔오기 위해 심각하게 노력하고 있다. 우리 군도 내년에 공보의 10명이 한꺼번에 제대하기 때문에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영삼 영양보건소장은 "지역 의료 상황에 맞춰서 탄력적으로 공보의를 배치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소하 의원은 "국립대의 의과대학을 늘리고 지역별 인재를 공공의사로 양성하는 제도를 도입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공공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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