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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등 전과 40범이 택시 몰아…틀린 이름으로 신원 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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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과 40범 택시 기사가 술에 취한 승객을 상대로 강도 행각을 한 사실이 드러나 경찰에 붙잡혔다. 1년에 2회 정기적으로 택시 기사들의 전과 조회를 경찰에 의뢰하는 교통안전공단의 황당한 업무 처리 때문에 자격이 없는 기사가 1년간이나 택시를 운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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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남부경찰서는 19일 취객을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특수강도)로 영업용 택시 기사 A씨(55)와 범행을 도운 친구 B씨(54)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8일 오전 2시10분쯤 광주시 남구 노대동의 한 공원 버스정류장에서 승객 C씨(47)를 폭행한 뒤 15돈짜리 18K 금목걸이(200만원 상당)를 빼앗은 혐의다. 조사 결과 A씨는 이날 오전 친구 B씨가 탑승한 상태로 택시를 운행하던 중 범행 장소에서 약 15㎞ 떨어진 광산구 신창동에서 술에 취한 승객 C씨를 태웠다. C씨의 요구대로 목적지인 공원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내려 줬다. 그 후 A씨 등은 정류장 주변에 앉아 있던 C씨를 폭행하고 목걸이를 빼앗아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승객 폭행·강도 광주 택시기사
지난해 9월 출소한 중범죄자
교통공단 황당한 실수로 자격유지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폭행·절도 등 전과 40범이었다. 마약류 관련 범죄 등으로 실형을 수차례 선고받은 적도 있었다. 이런 A씨가 어떻게 택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을까.

A씨는 2013년 7월 택시 운전 자격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현재 소속된 모 택시회사에는 지난해 9월 취직했다. 시험 당시 광주시는 A씨와 같은 시기에 시험을 치른 90명에 대해 경찰에 범죄 경력 자료 조회를 의뢰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씨를 걸러내지 않으면서 택시 운전 자격이 주어졌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4조(여객자동차운송사업의 운전업무 종사자격)는 살인이나 강도·강간치상·마약 등 범죄를 저지른 경우 택시 운전 자격 취득을 제한한다.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형 집행이 끝났거나 면제된 날부터 20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아직 집행유예 기간인 경우 등이다. A씨가 면허를 취득할 당시에는 이 같은 범죄 전과가 없었다.

문제는 A씨가 택시 운전 자격을 취득한 이후인 2014년 마약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이다. A씨는 해당 범죄로 복역 후 지난해 9월 출소했다. 택시 회사에 취직하기 직전이다. 택시 운전 자격 취득 이후에 범죄를 저지른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자격을 취소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교통안전공단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택시 기사들의 전과 유무를 경찰에 확인해 지자체에 알리고 있다. 하지만 A씨는 자격 취소 사유인 마약 전과가 추가됐는데도 지난해 9월부터 1년간 아무런 제약 없이 택시를 운행했다. 교통안전공단이 경찰에 A씨의 이름을 잘못 알려줬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교통안전공단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6월 두 차례나 잘못된 이름으로 A씨의 전과 유무에 대한 조회를 경찰에 의뢰했다. 지난해 12월 경찰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일치하지 않으니 확인이 필요하다”고 답변했지만 올해 6월 또다시 잘못된 같은 이름으로 의뢰했다. 이번에도 경찰이 “지난번과 같은 잘못된 이름이 온 것 같다”고 확인을 요구했지만 응답은 없었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회사와 지역별 택시운송사업조합을 거쳐 택시 기사들의 이름이 오는데 처음부터 잘못된 이름이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왜 두 차례나 정정되지 않았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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