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암투병 노모'와 딸 음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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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에서 명절을 맞아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70대 노모와 40대 딸이 차례로 음독, 사망했다.

여수경찰서는 18일 "17일 오후 10시40분쯤 여수시 신월동 한 주택에서 A씨(74·여)와 딸 B씨(49)가 음독 사망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녀는 어머니 A씨의 집에서 집수리 문제를 놓고 언쟁을 벌이다 집안에 있던 '메소밀'(살충제)을 차례로 마시고 쓰러졌다. A씨 모녀는 함께 있던 가족들의 신고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이날 A씨 가족들은 추석 명절을 맞아 저녁 식사를 하던 중 말다툼을 벌였다. 어머니 A씨는 신월동 집에서 혼자 거주하며 항암 치료를 받아왔다. 맏딸인 B씨는 일본에 살면서 어머니 A씨의 혈액암 치료비 등 경제적 지원을 해왔다.

경찰은 "집 고치는 문제로 대화를 하던 중 A씨가 '죽어버리겠다'고 말하고 옆방으로 가서 독극물을 마셨다"는 가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어머니가 음독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B씨가 우발적으로 독극물을 빼앗아 마신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여수=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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