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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키운 LG화학 ‘레드바이오’ 투자 3배 늘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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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삼성 SK에 이어 LG그룹도 바이오사업을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한다. LG화학과 LG생명과학이 내년 1월1일 한 회사가 돼 바이오 사업을 펼친다. 두 회사는 12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했다고 이날 밝혔다.

내년 1월 생명과학과 합병 결의
1100조원 규모 세계 시장 겨냥

합병은 소규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LG화학이 신주를 발행해 LG생명과학 주주들에게 합병 비율에 따라 제공한다. 합병 비율은 보통주 1대 0.26, 우선주 1대 0.25이다. 이런 방식의 합병은 지급할 주식 수가 전체 발행주식의 10%를 넘지 않는 경우 채택하는 방식이다. 존속회사(LG화학)는 별도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합병이 가능해 신속한 합병이 가능하다. 다만 피합병회사(LG생명과학)는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 오는 11월28일 각각 합병승인 이사회 등을 거쳐 내년 1월1일 합병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LG는 지난 2001년 4월 지주회사체제로 전환을 위해 LG화학을 LGCI, LG화학, LG생활건강 3개사로 분할했고 이후 2002년 8월 LGCI에서 LG생명과학이 분사해 독립회사로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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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합병은 두 회사의 전략적 요구가 맞아 떨어진 덕이다. LG생명과학은 글로벌 시장규모 1100조원(2015년 기준)으로 연간 5%씩 성장하고 있는 ‘레드바이오 분야(의료·제약 분야 바이오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업체다. 1990년대 초부터 세포치료제, 항체치료제 등 바이오신약에 투자해왔다. 하지만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 15년이 걸리고 연구개발(R&D)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LG생명과학은 그동안 연간 매출액(4505억원)의 약 19%를 투자해왔지만 규모의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LG화학과 합병하면 보다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해진다.

합병이 성사되면 LG화학은 그간 LG생명과학 연간 투자액의 3배가 넘는 3000억~5000억원을 매년 레드바이오 부문에 투입할 예정이다. LG화학 측은 이날 진행된 합병 관련 컨퍼런스 콜에서 "합병의 주된 목적은 글로벌 시장에서 신약개발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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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도 바이오 전반의 포트폴리오를 갖추면서 덩치를 키울 수 있는 발판을 만들게 됐다. LG화학은 앞서 지난 4월 농자재전문기업 팜한농을 인수하면서 ‘그린 바이오(농화학)’산업에 진출했다. 이번 LG생명과학 합병으로 제약 부분(레드 바이오)까지 하면서 생명과학 사업 파이를 키울 수 있게 됐다. 2025년 바이오 사업 전반에서 매출 5조원 대를 올린다는 목표다.

회사 전체로는 매출 50조원 규모의 글로벌 톱 5 화학 회사(현재 11위)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이다. 이를 위한 국내외 기업과의 추가 인수합병(M&A)도 점쳐진다. 이날 LG화학은 "국내외 기업 대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기회를 보고 있다”며 "그린바이오 분야에서도 해외 업체와 합병 혹은 파트너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화학기업들은 최근 화학에 바이오를 접목시킨 생명과학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글로벌 20대 화학기업(2014년 매출 기준) 중 종합화학기업 8곳이 생명과학사업을 벌이고 있다. 독일 바스프와 미국 다우케미칼, 일본 미쓰비시화학 등은 생명과학사업 매출 비중이 10∼20%에 이른다. LG화학 박진수 부회장은 “과감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사업으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레드바이오는 삼성과 SK 등 주요 기업이 미래 먹거리로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는 분야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의 신성장 동력의 한 축으로 삼고 육성 중이다. 2011년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인 삼성바이로직스, 2012년엔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 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반도체 성공 노하우를 바이오에 접목한다는 개념으로 지난 5년간 약 10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SK도 최태원 회장 직속으로 바이오를 두고 집중 투자하고 있다. SK홀딩스 자회사인 신약개발사 SK바이오팜은 최근 독자 개발한 뇌전증 신약 임상실험을 하고 있는데, 이르면 2018년 하반기 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1993년부터 중추신 신경계 질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15개 신약 후보 물질을 임상시험을 승인을 받아 개발해 온 결과다. SK케미칼도 국내 신약 1호인 항암제 ‘선플라주’를 비롯해 발기부전치료제 엠빅스S, 천연물신약 조인스 등을 보유하고 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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