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떡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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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추석 연휴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명절이 가까워 오면 직장인들은 특별 보너스가 나오지 않을까 기다리게 마련이다. 명절을 앞두고 특별히 지급하는 돈을 우리말로는 무엇이라 부를까?

‘떡값’이다. 떡값은 추석이나 설 때 직장에서 직원에게 주는 특별 수당을 이르는 말이다. 종업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차원에서 따뜻한 명절을 보내라고 주는 돈이다. 경영 성과와 관계없이 명절을 앞두고 아랫사람에게 베푸는 우리식 정(情)의 관습이 떡값이다.

이처럼 떡값의 따스한 이미지 때문에 그리 좋지 못한 것에도 떡값이라는 말이 사용되곤 한다. 공무원이나 정치인, 업자 등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남들에게서 부정한 돈을 받아놓고는 문제가 되면 떡값이었다고 둘러대곤 한다. 그러나 언젠가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을 기대하며 넌지시 건네는 돈은 뇌물이지 떡값이 될 수 없다.

돈이나 선물을 주는 것을 ‘촌지’라 부르기도 한다. 촌지(寸志)는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손가락 마디만 한 뜻’이다. 아주 작은 정성 또는 마음의 표시를 의미한다. 그야말로 조그마한 정성이기 때문에 다정한 인사로 볼 수도 있지만 정도를 넘어서면 문제가 된다. 주로 선생님이나 기자에게 주는 것을 이를 때 쓰이는 말이다. ‘촌지’란 단어는 일본식 한자어에서 온 것이라 알려져 있지만 지금은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준어로 올라 있는 말이다.

어쨌거나 떡값·촌지 등으로 불리면서 어디까지가 정성이고 어디까지가 뇌물인지 모호했던 부분도 이제 곧 시행될 ‘김영란법’으로 분명하게 범위가 정해졌다. 적당히 떡값이나 촌지라 둘러댈 일도 없게 생겼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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