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후 실족사는 산재?…그때 그때 달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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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중 실족사한 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강석규)는 노모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경남 밀양의 한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노씨는 2014년 12월(당시 56세) 동료들과 회식을 하고 귀가하다 6.5m 아래의 공터로 떨어졌다. 의식을 잃은 노씨는 영하 2도의 겨울 날씨에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노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신청했으나 ‘친목을 위해 마련된 자리일 뿐 회사의 공식적 행사로 볼 수 없고 업무와 인과관계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노씨가 참석한 회식이 공장장의 주관으로 열렸고, 노씨가 속한 팀원 전원이 참석했다는 점 등에 비춰 업무상재해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사고 당시 노씨가 회사제공 차량에 탑승했다가 내린 점, 회사 지원금으로 회식 비용을 지불한 점 등도 근거가 됐다.

하지만 노씨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해도 모두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지난 2005년 선박회사 과장인 신모씨가 2차 회식에 참석했다가 귀가 중 추락사한 사건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회사 주최로 열린 회식에서 신씨가 이탈하지 않고 끝까지 참석했다가 변을 당한 만큼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이처럼 ‘사업주의 지배하에 있느냐’ 즉, ‘업무의 연장’으로 볼 수 있느냐에 따라 법원의 결론은 달라진다.

‘회식’의 형식을 띠고 있다고 해도 사업주의 지배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

지난 2007년 12월 회식에 참석했다 실족사한 조모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부산지법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조씨는 1차 회식 뒤 2차 회식을 마친 뒤 귀가하다 사라져 다음날 새벽 익사체로 발견됐다.

재판부는 ”2차 회식은 대표와 간부들이 대부분 돌아간 상태에서 진행됐고 비용도 참석자 중 최상급자가 지불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 아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김백기 기자 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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