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기구에 두피 벗겨진 소녀, "트라우마가 괴롭히지만 앞으로 나아가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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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사고를 견뎌내고 환하게 웃는 엘리자베스 길리스. 오른쪽은 가발을 쓴 모습. [인사이드 에디션 캡처]

지난 5월 놀이기구를 타다가 기계에 머리카락이 걸려 두피가 벗겨지는 사고를 당한 소녀 엘리자베스 길리스(11)의 근황이 8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인사이드에디션에 의해 알려졌다.

미국 중북부 네브래스카 주에 사는 엘리자베스는 지난 5월 지역 축제에 놀러갔다가 현장에 설치된 왕관 모양의 놀이기구를 탔다.

친구들과 함께 놀이기구의 스릴감을 즐기려던 소녀에게 청천벽력 같은 사고가 덮쳤다.

엘리자베스는 갑자기 머리 부분에서 타는 듯한 끔찍한 고통을 느꼈고, 친구들은 놀이기구 운전사에게 "기계를 멈추라"고 소리 질렀다.

몇초 후 기계는 멈췄지만, 엘리자베스는 머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과다출혈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붉고 풍성한 소녀의 머리카락은 놀이기구의 회전 부분에 걸려들어가면서 두피째 벗겨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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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당하기 전 엘리자베스 길리스의 모습.

엘리자베스는 구급차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수차례의 수술을 받았다. 얼굴에도 심각한 흉터가 남았다.

이 안타까운 사고는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 알려져 엘리자베스를 향한 응원이 이어졌다.

엘리자베스는 매우 빨리 회복했다.

당초 양쪽 눈의 시력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다행히 시력은 크게 손상되지 않았다. 머리카락도 조금씩 자라나고 있다.

아름다운 머리카락과 두피의 대부분을 잃고도,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는 소녀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감동받았다.

'룰루'라는 별명의 엘리자베스는 '용기'의 아이콘이 됐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원래 머리카락과 같은 색의 가발을 선물받은 뒤 5개월 만에 아주 환한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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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발을 선물받고 기뻐하는 엘리자베스 길리스.

피부 이식과 흉터 자국 때문에 과거의 모습은 아니지만, 소녀의 미소는 희망을 머금고 있었다.

그는 가발을 쓰고는 "예전의 내가 된 것 같아요. 정말 마음에 들어요"라고 환하게 웃었다.

엘리자베스는 아직 사고의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고 했다.

그는 "간신히 잠들 때 쯤이면 사고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나요. 아마 평생을 (그 트라우마와) 싸워야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기로 했다. 슬퍼하기만 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새 학교로 전학갈 준비를 하고 있는 엘리자베스는 "새 친구들이 내 외모를 무서워할까봐 조금 걱정되지만, 씩씩하게 학교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는 이어 "나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안전 관련 법이 빨리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의 가족은 현재 엘리자베스에게 크나큰 상처를 안긴 놀이기구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중이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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