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중국은 더 효과적으로 우리와 협력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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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귀국길 ‘에어포스 원’에서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북한 핵 실험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 행위에 중대한 대가를 확실히 치르도록 하기 위해 동맹 및 우방국과 계속 나갈 것임을 밝혔다”며 “한국ㆍ일본 정상과의 통화에서 한국은 물론 전세계 동맹을 확고하게 방어한다는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라오스에서 “북한의 도발적 행위로부터 우리 자신과 동맹을 방어할 수 없게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다”며 “평양의 행동을 바꾸려면 (중국은) 더 효과적으로 우리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고도미사일(THAAD·사드) 체계 배치 필요성도 밝혔다. CNN은 북한 풍계리 일대의 대기를 분석하기 위해 핵 폭발을 탐지하는 ‘컨스턴트 피닉스’ WC-135기를 미 공군이 출격시킨다고 전했다. 이 공군기는 핵실험 과정에서 발생하는 특정 가스를 채취하는 특수 항공기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본지에 “아시아를 도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정부는 동원 가능한 모든 제재 수단을 단계적으로 가동할 전망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압박은 물론이고 중국을 겨냥해 대북 석유 수출 금지,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를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ㆍ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없도록 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시범적으로 적용할 수도 있다.

일본은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강하게 비판하고 독자적인 추가 대북 제재를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성명을 통해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가장 강한 말로 비난한다”며 “한국·미국·중국·러시아 등 관계국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각료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독자적인 조치 및 유엔 안보리 결의를 착실하게 실시해 왔으며 한층 더 (강력한) 독자 제재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 국적자의 일본 입국 금지와 대북 송금 원칙적 금지 등 독자 제재를 추진 중이다.

일본 정부는 베이징 대사관을 통해 북한에 엄중히 항의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핵실험은 유엔 결의와 북·일 평양선언, 6자회담 합의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은 “과거 4차례 핵실험을 통한 기술적 성숙도를 고려하면 핵무기 소형화·탄두화를 실현했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방위성은 이날 일본 상공의 방사성 물질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집진 설비를 갖춘 항공자위대 연습기 3기를 긴급 출동시켰다. 원자력규제청도 전국 300여 곳에서 방사선량 수치를 측정했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NHK가 보도했다.

워싱턴·도쿄=채병건·이정헌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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