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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씨네통] 시골 할머니집의 공포 ‘당근수프와 함께한 화요일’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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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상상력이 만든 짜릿한 미스터리, 당근수프와 함께한 화요일

씨네통, 당근수프와 함께한 화요일

장르

코믹, 스릴러, 애니메이션

러닝타임

5분 47초

제작연도

2016

만든사람

김정희, 이지윤, 최유림(한국애니고 3)

제작의도

어린 시절, 할머니 댁이나 친척집에 맡겨진 경험이 한번쯤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집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 왠지 모를 공포감과 위화감에 종종 뜬 눈으로 밤을 세웠습니다. 주변 어른들에게 말하면 착각이나 오해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단지 착각이나 오해라 치부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어린 시절에만 할 수 있었던 상상이었고 지루한 방학 동안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몇 안 되는 즐겁고 스릴 넘치는 사건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오해라고 할 수 있는 사소한 일이라도 어린아이의 상상이 가미되면 짜릿하고 유쾌해질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 그 미묘한 공포감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현실과 환상이 넘나드는 이 이야기를 2D애니메이션이 아닌 인형을 이용한 스톱모션 퍼핏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면 더욱 재미있을 같아 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줄거리

방학을 맞아 시골 할머니 댁에 맡겨진 데미안. 아무것도 없고 조용한 시골이 심심하고 지루하기만하다. 하지만 이내 할머니가 끓여주신 당근수프를 먹다 정체불명의 이빨을 발견하고, 친절한 미소 뒤 감춰진 할머니의 진실에 대해 하나 둘 추측하게 되는데... 과연 데미안의 방학은 무사할 수 있을까?

수상정보

인천n방송 제3회 영상왕 콘테스트 우수상, 2016 KWC IT종합 부문 영상분야 대상

크리스마스의 악몽'(팀 버튼, 1995), '월레스와 그로밋'(닉 파크, 1989) 두 작품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바로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stop motion animation)이라는 점입니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은 촬영 대상의 움직임을 연속적으로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한 프레임씩 움직임에 변화를 주면서 촬영한 후 이 이미지들을 이어 붙여 영상으로 만들어내는 기법입니다.

어떤 오브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종류가 나뉘는데요. 인형을 사용하면 퍼핏 애니메이션(puppet animation), 점토를 사용하면 클레이 애니메이션(clay animation)이라고 합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퍼핏 애니메이션, ‘월레스와 그로밋’은 클레이 애니메이션인 거죠. 아기자기한 즐거움과 보는 재미를 주지만, 오브제를 직접 만들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움직임을 일일이 촬영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제작방식입니다.

한국애니고에 재학 중인 김정희·최유림·이지윤 학생은 ‘얼토당토’라는 팀을 만들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1년에 걸쳐 퍼핏 애니메이션인 ‘당근수프와 함께한 화요일’을 제작했는데요. 가을 방학을 맞이해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간 주인공 ‘데미안’이 겪는 미스터리한 사건이 영화의 중심 내용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동경해 봤을 법한 영국 시골의 분위기와 ‘빨간 모자’를 연상시키는 내용이 ‘당근수프와 함께한 화요일’의 가장 흥미로운 요소이지요.

김정희 학생은 ‘당근수프와 함께한 화요일’이 직접 만든 두 번째 퍼핏 애니메이션입니다. “촬영을 위해 한 장 한 장 사진을 찍을 때마다 달라지는 장면의 분위기가 퍼핏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퍼핏 애니메이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는데요. 다른 두 친구 역시 이 장르에 꾸준한 관심이 있어 이번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기사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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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림) “‘월레스와 그로밋’으로 유명한 아드만 스튜디오와 ‘코렐라인-비밀의 문’(헨리 셀릭, 2009)을 만든 라이카 스튜디오의 작품들을 좋아해 왔어요. 디지털 애니메이션도 좋지만 수작업만이 줄 수 있는 재미와 아름다움을 직접 구현해 보고 싶어서 이번 작품을 만들게 되었어요.”

(이지윤) “3D이기 때문에 2D 애니메이션이 표현하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요. 그 과정에서 애니메이션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는 묘한 재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오브제를 보면 귀엽고 깜찍하지만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오싹함이 흥미롭죠.”

이야기를 기획한 후 그 내용을 바탕으로 시나리오와 스토리 보드를 작성하는 것은 다른 애니메이션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빛이 들어오는 부분이라든가 그림자가 지는 곳, 그리고 캐릭터의 동선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데요. ‘당근수프와 함께한 화요일’의 경우 오브제를 만드는 것부터 난관에 부딪쳤다고 합니다.

퍼핏 애니메이션에 쓰이는 인형의 뼈대를 '아머추어(armature)'라고 하는데요. 한국에서 아머추어를 수입하고 주문 제작을 했던 단 한 곳의 회사가 사라지면서 얼토당토팀은 인형의 뼈대부터 직접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튜브의 튜토리얼 영상을 보고 따라하면서 철사와 점토, 지우개와 매니큐어 등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대부분의 소품을 일일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윤 학생은 “실험실 장면 같은 경우 더 화려하고 멋진 기계들이 가득한 공간을 상상했는데 시간과 예산의 제약으로 처음에 구상했던 것과 실제로 만든 결과물에 괴리가 있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퍼핏 애니메이션에서 사용되는 아머추어의 크기는 작아도 팔뚝만하다고 합니다. 실물과 비슷한 크기일수록 세밀한 움직임을 표현하기 쉽기 때문이죠. 하지만 ‘당근수프와 함께한 화요일’은 제작비가 충분치 않아 가로 30cm, 세로 40cm의 스티로폼을 배경으로 해야 했기에 작품의 완성도를 두고 우위를 논하는 것은 그 출발점부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림 학생은 “학교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예체능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위한 지원이 확대되면 좋겠다. 충분한 환경이 뒷받침 되면 현실적인 제약으로 구현하지 못했던 상상력을 더 이상 버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세 친구 모두 입시로 바쁜 고3이지만 어려운 현실에서도 ‘좋아하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는데요. 얼토당토팀은 어떤 애니메이션 제작자가 되고 싶을까요?

왼쪽부터 이지윤, 김정희, 최유림(한국애니고 3)

왼쪽부터 이지윤, 김정희, 최유림(한국애니고 3)

(이지윤) “‘당근 수프와 함께한 화요일’을 통해서 하찮고 별 거 아닌 일도 아이들의 상상력이 가미 되면 유쾌하고 짜릿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이런 작품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경험과 공부에 관심을 두려고요.”

(최유림)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와 장르를 결합시켜서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시도 쓰고 공방도 운영하고 농사도 짓는 전방위 작가가 되고 싶어요.”

(김정희) “퍼핏을 계속 해왔으니까 다른 장르의 애니메이션에도 도전하려고요. 밝은 분위기의 작품을 해왔지만 우울한 이야기도 다뤄보고 싶고요. 좋아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애니메이션이 제 인생의 길인 것 같아요.”

- '당근 수프와 함께한 화요일'을 만든 얼토당토팀의 추천 영화

'곰이 되고 싶어요' 야니크 하스트럽, 2002

(김정희) “제가 처음 보고 감동받은 애니메이션이에요. 곰의 손에서 자라난 아이가 성장하면서 자신이 곰인지 인간인지 고민하죠. 한창 자아정체성으로 고민이 많은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숀더쉽' 마크 버튼, 리처드 스타잭, 2015

(최유림) “‘당근수프와 함께한 화요일’을 기획할 당시에 보게 되었어요. 퍼핏 애니메이션의 입지가 점점 낮아지는 추세에서 이런 작품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감동을 받았어요. 대중적인 코드가 있어서 누구나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샤이닝' 스탠리 큐브릭, 1980

(이지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무서운 요소가 없는데도 공포스러운 느낌이 들어요. 변태적인 면모가 있지만 주제를 전달하는 연출 방식이 굉장히 탁월한 작품이에요.”

글·사진=김재영 프리랜서 기자 t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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