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미인도’ 진실 밝혀질까…세계 최고 감정팀 한국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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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 시작된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진위 여부가 결국 외국인 손으로 넘어갔다.

미인도 위작 여부를 수사 중인 검찰은 오는 19일부터 10일간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연구소팀 2명을 한국으로 초청했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연구소의 파스칼 꼬뜨 등 2명은 천 화백의 1970년대 작품 10여 개와 미인도를 비교해 진위 여부를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영국 BBC와 미국 ABC 등 외신과 다큐멘터리에도 소개된 이 감정팀은 3D 다중스펙트럼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내 유명세를 탔다.

감정팀은 모나리자 그림 안에 다른 여인상이 있고, 내부에 눈썹이 숨겨진 점, 다빈치가 파운싱이란 도구로 스케치했다는 것과 모나리자의 시선이 원래는 옆쪽을 향했던 것 등을 알아냈다.

하지만 감정팀이 오기도 전에 감정 장소와 비용 문제 등으로 갈등이 일고 있다.

검찰은 감정 장소로 ‘서울옥션’을 선택했는데, 천 화백의 유가족들은 서울옥션의 이 모 대표가 1991년 미인도를 진품이라고 감정한 위원인데다가 지난 6월 천 화백의 가짜 스케치를 경매에 부치려다 가짜 의혹이 제기돼 취소된 적이 있다며 불공정한 감정이 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옥션 측은 "지난 6월 경매 출품 예정작이었던 화첩에 대해 미술계에서 진위논란이 있어 해당 작품을 경매 전 출품 취소했다"고 했다.

천 화백 유가족은 지난 7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감정을 해야 한다며 탄원서를 냈다.

여기에 검찰이 감정팀 초청 비용 7500만원을 유가족과 함께 분담하자고 했다가, 결국 모든 비용을 유가족이 떠안으면서 수사 윤리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미인도를 둘러싼 논란은 국립현대미술관이 1991년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회 당시 소장 중이던 미인도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미인도는 79년 10.26사태 이후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소유하고 있던 것을 정부에서 압류한 이후 1980년 문화공보부가 현대미술관이 관리하게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당시 작품을 직접 본 천 화백이 “내가 그린 작품이 아니라 가짜”라고 주장하면서 20년 넘게 진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지만 사실상 감정 불가 판정이 나오면서 혼란을 부추겼다.

앞서 검찰은 분석 기술이 향상된 국과수에 DNA 분석 검사를 맡겼지만 다시 실패하면서 수사는 난항을 겪어 왔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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