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이 혈통을 만든다’ 이 말처럼 알차게 살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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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65·사진) 전 한국외대 총장이 12일 정년 퇴임한다. 한국외대 스페인어과에서 학·석사를 마친 박 전 총장은 스페인의 마드리드국립대학교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모교 스페인어과에 자리를 잡은 그는 30여 년간 후학들을 가르치며 8대·9대 총장(2006년~2014년)을 역임했다.

박철 전 한국외대 총장 정년퇴임
12일 퇴임식서 9000만원 기부도

그는 8일 전화 통화에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 등장하는 평등사상을 요약한 명구(名句)인 ‘땀이 혈통을 만든다’를 생활신조로 삼아 바쁘고, 알차게 살아왔다”고 회고했다.

박 전 총장은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돈키호테 연구자다. 돈키호테 출간 400주년을 맞아 2004년 국내 최초로 스페인어본을 완역한 그는 2009년 스페인 왕립한림원 종신회원으로 임명됐다. 그는 또 총장 재임 8년 동안 돈키호테와 같은 추진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외대’를 기치로 세계 여러 대학과 자매결연을 적극 추진해 2006년 150여 곳이던 자매결연 대학수를 2013년엔 500여 곳으로 늘렸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2년 한국외대에서 가진 특강에서 “외대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외국어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퇴임식은 12일 오후 6시30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그는 이 자리에서 9000여만원의 장학기금을 모교에 기부할 예정이다. 후학 양성을 위해 총장 재임 8년 동안 매달 월급에서 100만원씩을 떼어 모은 돈이다. 박 전 총장은 “앞으로 한국과 스페인을 오가며 돈키호테와 세르반테스를 연구하고 번역하는 일에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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