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여름나기 편지] 나는 바다가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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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화가 이중섭이 '동양의 나폴리'라고 찬탄했던 통영 바다에 광도(光道)면이 있습니다. '빛의 길'이 바다로 이어지는 그곳 우동 마을에 부부 시인이 바다처럼 살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쉰을 넘긴 바깥 시인의 화두는 오직 하나, '통영 바다'입니다. 윤이상의 음악도, 청마의 시도, 박경리의 소설도 통영 바다가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시인이 통영 바다를 이야기 할 때, 그의 몸은 바다가 됩니다. 통영 바다를 마주하고 지휘하는 지휘자가 됩니다. 그의 눈 속으로 한려수도로 푸른 물길이 열리고, 다도해의 섬들은 바다가 쓰는 서정시처럼 펼쳐집니다. 안 시인은 그 바다를 건져 아침 식사를 장만하고 그 바다로 이불을 만들기도 합니다.

실상사 대안학교에 다니는 시인의 딸 예슬이도 바다입니다. 방학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제일 먼저 아버지의 티셔츠로 갈아입었습니다. 티셔츠 앞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나는 바다가 좋아.' 그 모습이 건강해 사진을 찍어 왔었는데 돌아와 현상해보니 통영 바다만 찍혀 있었습니다.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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