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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드] 크게 크게, 작게 작게…유통가는 ‘사이즈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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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프리 오픈한 스타필드 하남의 전경. [사진 신세계그룹]

‘호텔 빼고는 유통업계에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았다-.’

정용진(48)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5일 프리 오픈한 경기 하남 ‘스타필드 하남’을 지켜본 유통가의 평가다.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하남은 축구장 70개 크기인 연면적 46만㎡(약 13만9000평), 부지면적 11만8000㎡(3만6000평), 동시주차 가능대수 6200대의 규모를 자랑한다. 프리 오픈에 깜짝 참석한 정 부회장은 “고객의 일상과 시간을 점유하기위해 그룹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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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 곳에서 먹고, 놀고, 쇼핑할 수 있는 곳을 만들겠다”는 신세계의 공언대로 스타필드 하남은 규모뿐 아니라 콘텐트 면에서도 기존의 쇼핑몰을 압도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각 분야의 1위 브랜드들을 한 곳에 모아 둔 ‘집대성 쇼핑몰’이라는 포인트다. 자동차 전시관으로는 테슬라와 할리데이비슨, BMW, 제네시스가 입점했다. 프리미엄 차종 분야에서 국산 1위 제네시스, 수입차 1위 BMW, 수입전기차 1위 테슬라, 모터사이클 1위 할리데이비슨을 모은 형국이다. 영화관은 메가박스가 입점했다. 명품 잡화 브랜드로는 루이비통ㆍ프라다 등이 입점했지만, 아직 샤넬ㆍ까르띠에ㆍ에르메스 등이 입점하지는 않았다.

계열 커피숍인 스타벅스코리아도 그냥 입점하지 않았다. 6일 국내 론칭하는 스타벅스의 차(茶) 전문브랜드 ‘티바나’ 특화 매장으로 꾸몄다. 북미 3개국(미국ㆍ캐나다ㆍ멕시코)에만 300개 매장이 있던 것을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오픈하는 것이다. 내추럴 톤의 목재로 꾸민 인테리어는 물론, 얼그레이 티초콜릿, 유스베리 리치 플라워 등 스타필드하남에서만 마실 수 있는 전용 음료와 컵케이크ㆍ스콘ㆍ마카롱 등을 함께 즐기는 ‘티 서비스 세트’도 함께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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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필드 하남에 입점한 노브랜드 전문점. [사진 신세계그룹]

이마트의 각종 전문관 역시 진화된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마트의 보급형 자체브랜드(PB)인 노브랜드의 제품을 모아놓은 노브랜드샵, 지난해 5월 일산 이마트타운에서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던 일렉트로마트(가전 및 키덜트 전문점)ㆍ몰리스펫샵(애견 전문점) 등이 관심을 끌었다. 이마트타운에서 선보인 먹거리 전문관 피코크 키친은 글로벌 식재료 등을 겸비하며 고급화한 ‘PK마켓’으로 오픈했다. 판교 현대백화점에 있는 이털리(EATALY)나 롯데월드몰의 펙(PECK)과의 경쟁을 고려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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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구점 토이킹덤과 유아용품점 마리스베이비서클도 눈에 띈다. 그동안 롯데마트에서 들여온 토이저러스에 비해 완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는 평이 많았다. 토이킹덤은 입구부터 디즈니 완구를 집중 배치하고 내부에 대형 뽀로로 모형이 있는 등 동선에서 상품구색(MD)까지 어린이와 엄마들을 압도할 수 있는 규모다. 지난 6월 오픈한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디즈니샵보다도 더 고급스럽다. 마리스베이비서클은 임신~출산~육아에 이르는 상품을 동선에 따라 한 번에 구매할 수 있게 꾸몄다.

공교롭게도 세계 최대 백화점 타이틀 역시 부산 센텀시티에 있는 신세계백화점이 갖고 있다. 연면적 29만3905㎡(8만8906평), 영업면적 19만8462㎡(6만20평)에 달한다. 유통 전문가들은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형화는 필연적인 선택이라고 말한다. 정지선(44)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역시 올해 초 새해 화두로 ‘저성장’을 꼽으며 “경쟁자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핵심 역량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바 있다.

아직까지 신세계 측은 스타필드 하남에 호텔을 지을지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부지는 충분히 있다. 이번 오픈에는 전체 부지 중 북측(한강변)에 있는 9만5868㎡(2만9000평)만 사용한 것으로, 나머지 부지를 활용하면 호텔을 지을 수도 있다. 의지의 문제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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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몰이 신호탄이었다. 지난 2014년 10월 오픈한 롯데월드몰은 초창기 안전성 우려와 서울시의 높은 주차요금 책정 등으로 한산했지만, 요즘에는 주말이면 쇼핑객으로 가득찬다. 롯데월드몰은 지금도 연말까지 예약이 꽉 찰 정도로 인기가 있는 ‘100달러 랍스터 뷔페’ 바이킹스워프를 비롯, 도요타 브랜드 전시관 ‘커넥트 투’, 국내 첫 하드록카페 매장 등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사업권 탈락으로 폐점했지만 지금도 유커들의 발걸음은 꾸준하다. 롯데물산 측은 올해 연말 123층 롯데월드타워가 정식 오픈하고 6성급 호텔 ‘시그니엘’이 열면 다시 한 번 롯데월드몰 붐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규하 롯데물산 과장은 “송도까지 한 눈에 보이는 국내 최고층 전망대 하나만으로도 관객이 몰려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후 지난해 5월 오픈한 일산 이마트타운은 대형화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킨 계기였다. 이마트타운은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피코크 키친이나 몰리스펫샵, 일렉트로마트, 더라이프 등 입점브랜드를 직접 본인의 사비로 페이스북 등에 홍보를 했을 정도로 애정이 각별했던 매장이기도 했다. 메르스 사태 직후에 오픈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장이 가득찰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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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번 스타필드 하남이 철저히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몰을 겨냥한다는 해석도 많다. 롯데월드몰과 스타필드 하남은 약 20㎞ 떨어져 있다. 상권이 겹친다는 이야기다. 오픈 이전에는 ”하남까지 관광객들이 가겠느냐”는 시각도 있었지만 5일 오픈 첫 날 유커와 한국인 쇼핑객 등 손님 수천명이 몰리면서 거리가 멀다는 걱정은 한 방에 사라졌다. 다만 대중교통 수단으로 방문하기가 어렵다는 점은 장기 과제다. 신세계 측은 “첫 해 8200억원, 3년 간 5조원 매출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첫 날 ‘구름 손님’에 감동받은 신세계 측은 내년 상반기 중 스타필드 고양 오픈 계획도 이날 공개했다.

백화점도 대형화에 한 몫 했다. 지난해 8월 경기 판교에 오픈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사라베스ㆍ매그놀리아 등 해외 유명 맛집이 입점하면서 사람이 몰렸다. 지금도 주말이면 줄을 서서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노원 롯데백화점에 팝업스토어를 열면서 1시간 이상씩 줄을 서게 만들었던 대구의 유명 베이커리 삼송빵집 역시 수도권 첫 매장을 현대 판교에 열었다. 한 관계자는 “담당 바이어가 사라베스의 회장인 사라베스 레빈을 만나 입점을 설득하기 위해 일본 매장 기념식에 찾아가 꽃다발을 전달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고 밝힌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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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ㆍ지역밀착형 유통점도 순항중=유통업계가 무조건 ‘큰 매장’만 오픈하는 것은 아니다. 백화점 업계를 중심으로 미니백화점도 관심을 끌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3월 서울 동교동 홍대입구역 사거리에 ‘엘큐브’라는 패션전문점을 열었다. 20~30대 젊은층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모아 놓은 편집 매장이다. 일본 이세탄백화점이 화장품 매장 ‘이세탄 미러’, 명품 잡화 매장 ‘이세탄 살롱’ 등 113개 전문점으로 지난해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점을 벤치마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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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이 선보인 미니백화점 형태의 라이프스타일 전문점 엘큐브의 모습. [사진 롯데백화점]

AK플라자는 지난 2월 홍대 와이즈 파크에 ‘태그 온’이라는 패션 매장을 열었다. 명품브랜드에서 병행수입 의류 등 가성비가 좋은 품목을 골랐다. AK플라자는 또 가로수길에 디자이너 라이프스타일 매장 ‘오피셜 할리데이’도 열었다. 5개층 연면적 1029㎡의 작은 매장으로 최고급 커피전문점과 꽃집, 디자이너 의류 등을 판매한다. 애경그룹은 오는 2018년까지 총 4개의 매장을 추가로 연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4월 인천송도에 ‘강남식 아웃렛’인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을 오픈했다. 1층에 유럽 노천카페 느낌의 가든 테라스 카페를 열고, LG시그니처 TV 매장과 고급 유아용품점을 배치하는 등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했다. 지하 1층 유모차 대여소에서 빌려주는 유모차만 해도 55만원짜리 네덜란드 ‘뉴나’ 제품이다. 소비자가 보는 앞에서 미니 세차장 형태의 소독기로 매일 살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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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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