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부동산 경기만 후끈…나머지는 여전히 미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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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제외한 경기 전반의 개선 추세는 미약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6일 내린 진단이다. 이날 발간한 ‘KDI 경제동향 보고서 9월호’를 통해서다.

KDI는 보고서에서 “건설투자는 높은 증가율을 지속하며 내수 전반의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 7월 건설 공사실적(기성)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3.3% 늘었다. 토목 공사실적 역시 같은 기간 17.5% 증가했다. 건설 수주도 44.4% 급증했다. KDI는 “지난해 이후 주택 분양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최근 토목부문도 개선되면서 건설기성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KDI는 “소매판매가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이후 둔화된 가운데 설비투자와 수출도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며 “경기 전반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저금리 흐름과 분양 물량 급증 추세가 맞물려 부동산 경기만 ‘나홀로’ 열기를 띄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7월 4.3%(이하 전년 동월 대비) 상승했다. 6월 9.0%에 비해 상승폭이 크게 꺾였다.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6월말로 끝나면서 승용차 수요가 크게 감소한 탓이다. 7월 설비투자 증가율은 -12.3%로 고꾸라졌다. KDI는 제조업 평균 가동률, 기계류 수입액 같은 설비투자 선행지표(앞으로 상황을 예측하게 하는 지표)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향후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시사된다”고 전망했다.

KDI는 전년 동월 대비 2.6% 반짝 늘어난 8월 수출 실적을 두고도 “조업일수 확대와 기저효과(비교 대상 수치가 지나치게 낮아 현 수치가 좋게 보이는 통계 착시)로 인해 증가로 전환됐다”며 “이런 일시적 요인을 제외할 경우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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